지난 1월 27일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김성근 감독 앞으로 모건이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에서 FA 자격으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는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런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전 SK에서 김 감독님과 함께 생활했던 코치님이나 (정)근우 얘기를 들어보면 그때보다 더 ‘빡세게’ 훈련을 시킨다고 하더라.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도 안 된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입에 털어 놓고 훈련장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을 씹는다. ‘와, 이렇게 훈련을 시키는 분도 있구나’ 싶어 불만이 쌓이다가도 감독님이 뛰어다니시는 모습을 보면 할 말을 잊는다. 선수들은 주어진 훈련만 하면 되지만 감독님은 투수조, 야수조, 불펜 등을 모두 돌아다니시며 일일이 폼을 교정해준다. 식사는 당연히 늦게 하거나 아예 못하실 때도 있다. 하루는 야간 훈련을 마치고 밤 9시에 호텔에 들어갔는데,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시는 감독님을 뵙고 순간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렇게 힘든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SK 시절 선수들한테서 불만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를 최근에 내가 느끼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상대로 직접 펑고를 치며 수비 훈련을 돕기도 한다. 한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루는 김태균과 김회성을 세우고 펑고 훈련을 하는데, 나이가 있는 김태균보다는 젊은 김회성을 상대로 더 잡기 어려운 펑고를 치시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걸 조절하실 수 있는 능력과 선수의 몸 상태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감독님이 갖는 생각의 깊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고치 시내에 자리한 한화 선수단 숙소에는 밤마다 곡소리가 흘러나온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이 근육통을 호소하는 바람에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물론 트레이너들이 새벽까지 선수들 마사지를 해주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라는 것.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4강 진입’이 아닌 ‘우승’으로 못 박았다. 전훈지에서 만난 주장 김태균은 “이렇게 훈련해서 우승 못하면 모두 사표 써야 한다”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