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경기지방경찰청에서 만난 강성수 팀장(44·경위)은 당시 사건과 관련된 기억들을 들춰보면서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87년 4월에 경찰에 투신한 강 팀장은 올해로 형사생활 20년을 맞았다. 젊은 나이에 강력반 생활을 시작해 그간 온갖 사건들을 다뤘던 강 팀장이지만 김진철 사건만큼 뇌리에 깊이 남은 사건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벌써 9개월여가 지났지만 당시의 피 말리던 수사과정과 피의자의 범죄행각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가 다소 높아지기도 했다.
“사람을 죽이고도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겁니다. 범행 다음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죠. 죄책감을 보이지 않은 점, 범행 자체에 젖어들어가는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서 김진철은 단연 위험한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 팀장은 “피해자가 세 명이나 나와 너무 안타깝다”면서 후일담을 밝혔다.
“용의자를 특징짓기까지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정말 엄청납니다. 두 번째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이거 해결 못하면 집에서 쭉 쉬어야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했죠.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억울하게 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들으려하는 자세로 수사에 임한다면 해결 못할 사건이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우리 팀원들은 현장에서 밤을 새며 범인을 잡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원혼제도 지냈습니다. 범인을 꼭 잡는 게 형사들로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이겠죠. 향후 이 사건이 사건 내용이나 피의자의 특징, 범행수법, 수사기법 면에서 차후 연쇄살인 수사에 중요한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