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이서현 사장(왼쪽)과 장녀 이부진 사장. 이부진 사장은 면세점 사업 7년 만에 매출을 4배 이상 불리는 등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부진 사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2조 9000억 원의 매출에 13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대비 각각 26.5%, 60.5%의 기록적 성장세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인 미국 디패스(DFASS)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부임 이후 지난 2008년 인천공항, 2010년 청주·대구공항, 2011년 김포공항에 면세점을 열었다. 2012년에는 홍콩과 마카오에 화장품 편집 매장을 오픈하고, 2013년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명품매장 운영을 시작했다. 2008년 6583억 원이던 매출을 7년 만에 4배 이상 불린 셈이다.
이서현 사장이 경영전략담당 사장직을 맡고 있는 제일기획은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1.59%, 2.46% 감소했다.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의 부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호텔신라와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이부진 사장이 이서현 사장과 각각 서비스부문과 패션부문 사장직을 맡고 있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은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 92% 급증한 탁월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자매가 나눠 맡고 있는 사업부별 실적을 보면 경영성과의 차이가 확인된다. 2014년 연간 부문별 실적은 3월 말 사업보고서가 나와야 확인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만 실적만 봐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이부진 사장이 맡은 식자재 및 유통부문은 매출이 9.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26.5% 급증했다. 역시 이 사장 담당인 레저부문도 세월호 참사 여파에도 매출성장을 이어갔고, 반기 말까지 적자이던 영업이익도 3분기 말 흑자로 전환했다. 역시 이부진 사장 관할인 건설부문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6.8%의 매출 성장과 5% 이상의 이익률을 유지했다.
이서현 사장이 맡은 패션부문은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 3000억 원에 육박하며 제일모직 내 최대 사업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반기까지의 흑자에서 3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역시 언니보다 낫다고 평가하기 쉽지 않다.
물론 삼성그룹에서 자매 사장이 맡은 서비스와 유통부문만 성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네 금융계열사의 실적도 매출 38%, 영업이익 126%가 늘었다. 하지만 이는 보험과 증권사들의 결산월 변경으로 2013회계연도에는 2013년 4~12월의 아홉 달간의 실적만 반영된 덕분도 크다.
중공업·건설부문의 경우 매출이 3% 줄었음에도 이익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1조 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엔지니어링이 흑자전환한 덕이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에는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지난해 말까지 재직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 일가 가운데 서초사옥에 사무실을 둔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 외에 김재열 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은 지난 연말 그룹 인사에서 그룹 스포츠마케팅을 총괄하는 제일기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에서는 그가 이 회장의 뒤를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