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이처럼 값은 다르지만 제품을 만드는 원가경쟁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애플 매출원가비율은 38~40% 사이다. 삼성전자는 35~38%로 오히려 더 낮다. 애플에 없는 가전이나 반도체 사업부문을 갖고 있음에도 일단 제품을 만드는 생산효율은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애플이 연구개발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도 아니다. 애플의 지난 4분기 연구개발비용은 2조 8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3조 6500억 원에 못 미친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애플이 2%대 중반, 삼성전자는 6%대 중 후반이다.
판매가격에 이은 두 번째 결정적 차이는 판매관리비다. 2014년의 마지막 석 달 동안 삼성전자는 9조 9500억 원의 판관비를 썼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판관비 지출을 전년동기의 10조 7300억 원보다 줄였지만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은 24.5%에서 25.8%로 오히려 높아졌다. 반면 이 기간 애플이 쓴 판관비는 3조 9600억 원이다. ‘아이폰6’ 시리즈 출시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음에도 채 삼성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도 7.37%로 삼성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이는 결국 이익률의 차이로 귀결된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32.5%. 삼성전자는 10%다. 삼성전자의 가전부문이나 반도체 부문 탓이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7.46%에 불과하다. 최고실적을 냈던 2013년에도 전사 영업이익률은 16.09%로, 스마트폰이 속한 무선사업부의 16.14%와 큰 차이가 없다. 가전이나 반도체 탓보다는 애플보다 싼값의 스마트 폰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 팔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라는 자체 콘텐츠 시장이라는 철옹성을 갖고 있다”며 “애플의 힘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유형이 아닌 무형의 가치에서 비롯된다”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독자 OS인 ‘타이젠’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드로이드에 안주하게 되면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저가 신흥 브랜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면서 “소비자 선택도 받아야 하고, 경쟁도 뚫어야 한다. 그렇다고 출혈경쟁에 나서게 되면 그동안 애써 이룬 고급 이미지도 훼손당할 수 있다. 지금 삼성이 딱 그런 상태다. 빨리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