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 이후 금호고속 매각 문제가 급박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삼구 회장이 IBK펀드 측의 최종 매각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IBK펀드와 금호고속 간 무력 충돌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가능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려는 펀드의 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호고속을 되찾아오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에 ‘금호고속 구사회’ 명의로 인수전 불참을 종용한 편지를 발송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호그룹 측은 해당 편지가 그룹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IBK펀드가 매각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IBK펀드는 2012년 8월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를 이용해 알짜기업인 금호고속 지분 100%를 우선매수청구권을 조건으로 대우건설(14.6%)·서울고속터미널(38.7%) 지분과 함께 패키지딜 형태로 인수했다. 금호고속 100% 지분에 대한 인수가격은 당시 3300억 원. IBK펀드는 2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 이를 5000억~6000억 원에 금호그룹에 되팔겠다는 것이다.
IBK펀드는 오는 14일 금호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조건 등을 포함한 ‘최종 매각제안’을 할 예정이다. IBK펀드가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금호는 최종 매각제안을 받고 2주 후인 3월 2일까지 IBK펀드가 제안한 가격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은 사라지고 IBK펀드는 금호고속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수 있다. IBK펀드 관계자는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가격을 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다른 장치들을 통해 금호에 최종 매각 가격을 제안할 것”이라면서 “계약서에 따른 매각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려 했지만 금호 측 방해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IBK펀드와 대치하고 있는 금호고속 구사회 주장은 다르다. 구사회 관계자는 “모태기업으로서 금호그룹에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 길만이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지역정서를 아우를 수 있다”며 “용역 직원까지 고용하는 IBK펀드의 행태는 금호고속을 다른 곳에 매각하기 위해서가 빤한데 이를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삼구 회장.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채권단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인수 자금이 많게는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회장은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3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보유 주식 역시 대출담보가 잡혀 있어 금호산업 독자 인수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IBK펀드의 최종 매각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삼구 회장은 ‘선 금호산업, 후 금호고속·금호타이어’라는 인수 계획을 마련해놓았다.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핵심인 금호산업을 먼저 인수하고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는 천천히 인수하겠다는 의미다. 금호산업 인수 후 시간을 갖고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IBK펀드와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변화한 것은 없으며 계획대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IBK펀드가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지 모른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그러나 IBK펀드 관계자는 “IBK-케이스톤사모펀드는 2012년 당시 대우건설·서울고속터미널·금호고속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형성된 프로젝트 펀드일 뿐 다른 기업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IBK 자체적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