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이 지난 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에 참여한 고객 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231억 7000만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홈플러스가 수집한 고객정보는 2406만 건. 홈플러스는 이를 건당 1980원가량에 보험사에 넘겼다. 검찰은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를 비롯해 홈플러스 전·현직 임직원 6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고객정보를 돈을 받고 보험사에 팔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홈플러스는 더 나아가 아예 회사 차원에서 전담팀까지 꾸려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진은 이 팀의 실적까지 보고받았다. 전사적 차원에서 고객정보를 팔아넘겼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전경. 최준필 기자
사건이 알려진 직후 홈플러스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고객정보를 돈 받고 팔았다는 내용은 쏙 뺀 채 경품행사에만 초점을 맞췄다. 홈플러스는 “모든 경품행사를 중단”, “경품은 모두 재추점하여 당첨 고객들에 지급 완료”, “관련 사업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개선”이라는 문구가 있을 뿐 고객 정보를 팔아 이득을 챙긴 점에 대한 그 어떤 사과도 없었다.
홈플러스 자체적으로도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터에 몸값이 확 낮아질 수 있는 일이 벌어져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각설이 구체화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엉망이 된 듯하다”며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홈플러스는 설 대목 ‘장사’에서 재미를 보지 못할 듯하다. 사건이 알려지고 난 후 한국소비생활연구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에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 10개 소비자단체도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비도덕적인 사태를 일으킨 홈플러스에 대해 불매운동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통업계 일부에서는 홈플러스 매각을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 영국 테스코 본사 M&A(인수·합병)팀이 오간 것도 이 같은 확신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얘기된 ‘부분매각’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전체 매각이 쉬운 일도 아니다. 일단 인수할 경우 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롯데와 신세계는 홈플러스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하기도 힘들어졌고,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