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경찰에 투신한 한인선 팀장(51·경위)은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수많은 ‘악질 피의자’를 상대할 때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신조를 되새기는 한 팀장이지만 최달수의 범행에 대해 언급하면서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악마예요. 악마… 사람의 짓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이유를 막론하고 용서될 수 없습니다.”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어서였을까. 사실 한 팀장은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언급하길 꺼려했다. 6년이 훨씬 지난 데다가 너무도 끔찍했던 사건인지라 다시는 기억하기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기사가 나오면 간신히 상처를 묻고 살아가고 있을 슬기네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아픈 기억을 되새기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는 슬기 양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렵게 지난 수사기록을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상대로 한 범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었죠. 슬기 양 사건도 그랬지만 범인들이 아이를 꾀는 것은 너무도 순식간에 간단하게 이뤄집니다. 부모의 눈에서 잠시 벗어난 순간에 아이들은 타깃이 되곤 하죠. 아이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칭찬이나 호의에 약해요. 따라서 부모들이 이런 사건들에 대해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수시로 주의를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평소 낯선 사람은 물론 주변사람들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갖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한 방법입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