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경찰에 투신한 김용욱 팀장(52·경위)은 대전경찰서 수사과와 형사계, 충남경찰청 기동수사대 등에서 활동하며 주요 강력사건들을 해결해온 베테랑 수사관이다. 박 양 사건의 경우에도 소녀의 기억에만 의존한 ‘무대포식’ 탐문수사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범인이 접촉했을 인쇄소를 찾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내 수사의 물꼬를 텄다. 수많은 유인물을 뿌리고 다닌 범인의 행적으로 보아 분명 인쇄소를 찾았을 거라는 김 팀장의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고 그 결과 열흘 만에 범인을 잡아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는 아동 실종사건이 너무도 많다. 아이가 사라진 후부터 그 가족들은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다니는 것이다. 지금도 그 가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 더없이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팀장은 박 양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 양은 집으로 돌아온 뒤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2년 동안이나 ‘다른 세계’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그간의 충격으로 한동안 대인기피증 등을 보인 박 양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양 스스로는 물론이고 그걸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 그나마 정말 다행인 것은 워낙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던 박 양이 그때의 악몽에서 벗어나 빨리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박 양은 학교생활도 잘하고 아주 건강하게 여느 또래들과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완전히 잊을 수야 있겠냐마는 힘든 고비를 이겨낸 만큼 박 양이 앞으로도 잘해낼 거라 믿어요. 나래 양, 파이팅입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