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경찰에 검거된 후 줄곧 자신의 범행 사실을 부인해 왔다. 그가 검거 직후 주장한 얘기를 종합해보면 “교통사고로 아이들을 사망케했다. 안보이게 하려고 사체를 많이 훼손했다. 숨기고 싶어 유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씨는 19일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고 가다가 아이들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반항해 죽였다”고 진술을 바꾸고 살해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20일에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성탄절 오후 6시께 담배를 사러 집을 나왔다가 마주친 두 어린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는데 소리치며 반항해 양손으로 두 어린이의 입과 코를 막고 벽으로 밀어붙여 숨지게 했다”며 또 한번 말을 바꿨다.
그리고 22일 정 씨는 처음으로 두 어린이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조사과정 내내 정 씨가 보인 태도다.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수록 불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 하지만 정 씨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수차례 말을 바꿨다. 수사관계자는 “애초부터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을 뿐 아니라 범행 정황을 드러내는 증거를 들이밀 때마다 또다시 말을 바꾸는 식이었다”며 정 씨가 결코 녹록지 않은 고단수 지능범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조사 초기 사체 훼손과 유기 행위에 대해서는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그랬다”고 인정하면서도 ‘음주 교통사고’로 위장, 우발범행이었음을 강력히 피력했던 것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간 정 씨가 진술을 몇 번이나 번복해와 그가 상당한 지능범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의 추가 범행을 예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범행 과정에 대한 정 씨의 진술이 바뀌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다른 (살인)사건들과 혼동하는 것일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