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비 국회의원이자 현직 기초단체장 후보자였다. 출마 이유가 뭔가.
“지방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현재 우리 중앙당의 움직임이 국회의원들만의 시각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것이 아쉬웠다. 현재 우리 당 기초단체장들 중에는 젊고 좋은 사람이 많다. 이미 지난해 박영선 비대위에 지명직 최고위원 중 한 자리를 기초단체장 혹은 지방의원에 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의장을 맡고 있는 기초단체장협의회에서 ‘우리가 직접 출마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논의는 계속됐지만, 후보등록 마감 하루 전까지 누가 나설 것인지 결정을 못했다. 다들 여의치 않았다. 결국 의장을 맡고 있는 내가 십자가를 지기로 했다.”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웠을 것 같다.
“당대표 후보자들은 후원회를 구성할 수 있지만, 최고위원 후보자들은 그럴 수 없더라. 난 처음에 이것도 몰랐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자체 후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도 안 됐다. 권리당원에 한 번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700만 원이다. 그나마 다행은 중앙당 차원에서 전국 간담회를 진행해서 대의원들과 접촉할 기회는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마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기초단체장 협의회 결정에 따른) 나 개인이 아니라 지방자치와 분권의 당위 때문이다. 개인적 판단이나 결정에 의한 국회의원과는 달랐다. 돈 문제를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니었다. 또 많은 단체장들이 도와줬다.”
―결과적으로 현장 대의원투표에서 1위를 했다.
“의외다. 대의원 표가 많이 나온 것은 아무래도 전국에서 지방정치인이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기본적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4주간 지방 유세를 통해 대의원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 같다. 전당대회 당일 현장에서 마음을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여기에 (기초단체장들의) 조직적 뒷받침이 있었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본인의 이름을 이용한 ‘웃어봐’ 구호가 좌중을 사로잡았다.
“원래 지방선거 때 쓰려고 준비한 것인데, 세월호 사태로 인해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대구지역 간담회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좋아 계속 쓰게 됐다.”
―중앙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또 본인이 생각하는 계파갈등 해결책은.
“진정성 문제다. 국민이 안 믿는다. 내부에서 싸워도 국민들이 ‘나를 위해서 싸우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본인들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한다. 또 계파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다음 총선 공천 룰을 정해야 한다. 싸워도 빨리 싸워야지 미루면 안 된다. 미루다 때가 임박하면, 그때는 이미 후보들의 지형이 형성되기 때문에 좋은 결과 안 나온다. 일찍 룰을 정하면 설사 지금 불리한 후보들도 그에 맞춰 대비할 시간이 있다.”
―중앙정치 진출 생각은.
“물론 나도 총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결국 역할을 규정한다. 지금은 지방정치와 자치분권을 위한 리더로서 서 있다. 중앙보다는 지방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를 무시하고 중앙정치에 나선다면 자기부정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지역에서 오랜 기간 큰 틀을 다지는 정치인도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얻은 성과는.
“예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만하더라도 우리 당이 지방자치를 중시했지만, 지난 10년간 그것을 놔버렸다.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지방자치에 대한 나의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다행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표도 ‘우리 당 소속의 지방정부가 좋은 성과를 내도, 그 지지가 우리 중앙당에는 안 오고 있다’고 하더라. 또 이번 당헌 개정을 통해 기초단체장 협의회가 당헌기구가 됐고, 지방자치국이 신설됐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