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의 최대주주 보고펀드가 중국계 보험사인 안방보험과 MOU를 체결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동양생명 빌딩.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보고펀드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동양생명을 굳이 팔려는 이유는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펀드는 별도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동양생명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SPC의 약정이 올해 8월에 만료된다. SPC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만드는 방식이기에 보고펀드는 8월이 되면 이들에게 투자금과 수익금을 배분해야 한다.
때문에 보고펀드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국내 금융사들에게 먼저 인수를 제안했지만 적극성을 보이는 곳이 많지 않자 중국계 자본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1년 추진했던 한화생명으로의 매각은 골프장 실소유주 논란으로 불발됐고, 최근 진행된 교보생명과의 협상은 가격 문제로 결렬된 상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동양생명 인수 제의가 온 적이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사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고펀드가 매각하려는 지분은 전체 주식의 57.6%(6191만 주)로, 중국의 안방보험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해 주당 1만 80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1조 원이 넘는 ‘빅딜(대형 거래)’이 이뤄지는 셈이다.
안방보험은 지난 2004년 설립된 신생 보험사지만,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국 내 업계 9위권으로 급성장했다. 총자산이 7000억 위안(12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종합보험사로,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손녀 왕징징(王京京) 부부가 소유하고 있다. 왕징징은 할아버지를 연결고리로 삼아 막강한 정·관계 인맥을 형성하고 있고, 남편인 우샤오후이(吳小暉)는 회장을 맡아 경영전반을 이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등 국내 금융사 인수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또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19억 5000만 달러에 사들이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안방보험과 함께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중국 보험사는 평안보험그룹이다. 평안보험그룹은 중국 최대 민영보험사로, 은행과 투자부문까지 겸업하고 있는 종합금융그룹이다. 그룹 전체 자산규모가 무려 3조 8600억 위안(약 675조 원)에 달해 2012년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181위,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대 기업’ 181위에 오르기도 했다.
평안보험그룹은 주력인 보험분야에서는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 보험기업 150개 중에서도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이다. 평안보험은 중국 최초의 외자유치 보험기업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개방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어 해외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중국 자본 가운데 한 곳이 동양생명의 새 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내고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외국계 자본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통과되고 있다”며 “정확한 진행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하나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동양생명 인수전의 승자를 최종 결정하는 열쇠는 결국 금융당국이 쥐고 있다. 보험사를 인수하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 절차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일단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제안이 매력적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 그 중에서도 중국계인 만큼 금융위원회가 선뜻 승인해줄 지는 미지수”라면서 “절차상의 하자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예상했다.
이영복 언론인
중국계 자본 한반도 금융권 공습 우리은행·대우증권 ‘군침’ 스케일이 다르다 국내 금융시장에 일본계 자금에 이어 중국계 화교 자본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계 자본이 소규모 자본으로 대부업 등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라면, 중국계는 40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외화를 바탕으로 굵직한 매물을 노리며 ‘대륙다운’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는 등 한국 금융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동양증권을 인수해 유안타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단 대만계 유안타그룹을 필두로 시작된 화교자본의 한반도 상륙은 중국 푸싱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 등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의 경우 JB금융지주에 인수된 광주은행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금융권은 특히 올해 하반기 M&A 시장에서 중국계 자본의 공습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KDB대우증권 등의 대형매물에 이들이 손을 뻗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