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환담 모습. 4월 재보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3곳 중 2곳의 후보를 공천하며 일찌감치 본선에 돌입한 반면 야권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은 지난 2월 초 서울 관악을에 당협위원장인 오신환 후보를, 경기 성남 중원에는 18대 의원이었던 신상진 후보를 공천하며 일찌감치 본선에 돌입했다. 야권 강세 지역인 만큼 지역 민심 다지기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은 아직 후보를 발탁하지 않아 순천의 이정현 의원처럼 전략공천을 통해 지역구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관악을은 이해찬 의원(세종시)이 13대 총선에서부터 17대까지 당선된 지역이다. 18대에는 김희철 전 통합민주당 후보가, 19대에는 민주당과 단일화한 통진당 이상규 후보가 당선됐다. 관악구 서울시의원 출신인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관악구청장, 2012년 19대 총선에서 관악을에 출마하는 등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이상규 당선자(38.24%)와 5%포인트(p)차를 기록해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승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기 성남 중원의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는 야권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올 만큼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신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내 지역 인지도도 높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와 인터넷방송 <팩트TV>가 지난 13~15일 성남 중원구 주민을 대상으로 신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김창호 은수미 홍훈희 후보, 무소속 김미희 후보를 각각 상정한 3자 대결에서 모두 오차범위를 벗어난 12.4~20.4%p 격차로 앞섰다. 신 후보가 그동안 지역 기반을 닦아왔던 만큼 지역일꾼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통진당 해산으로 인한 야권 표의 분산도 새누리당에게 호재다. 종북 논란을 의식한 새정치연합이 통진당 출신 후보들과 단일화하기도 어려워졌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자당 후보의 승리요건에 대해 통진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을 꼽았다.
“우선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 후보들은 지난 총선 때 야권 후보와 크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기에 우리가 승산이 있다. 특히 야권 후보가 분열된다면 거의 당선된다고 본다. 통진당 출신 후보들은 이번에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무조건 출마할 태세기에 기존 통진당 세력들은 그쪽으로 쏠릴 것이다. 게다가 현역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어 야당표가 분산될 것이다.”
야권 강세지역이라 해도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만큼 이정현 의원처럼 “우선 뽑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에는 뽑지 않아도 된다”는 설득이 지역 주민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재·보선 승리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지도부에 부담이 더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김무성 지도부의 공식 첫 선거인 데다 사유도 통진당 해산이다. 엄밀히 말해서 새정치연합보다 새누리당이 호재로 보는 분위기인데 모두 지게 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세 곳 중 한 곳이라도 패하면 갓 취임한 문재인 대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 후보는 적어도 3파전이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통진당 의원 출신인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미희(성남 중원)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정동영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소속된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함께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조기에 후보를 결정한 새누리당에 비해 2·8 전당대회와 지도부 구성 일정 등으로 시간이 지체된 새정치연합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25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선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공천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3월 2일부터 경선 작업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만큼 공천 룰 변경 폭은 크지 않을 예정이다.
관악을 공천에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철 예비후보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태호 후보, 대호건설 대표인 송광호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남 중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홍보처장 겸 대변인을 지낸 김창호 후보와 정환석 지역위원장, 현역 비례대표인 은수미 후보와 새정치연합 발기인이었던 홍훈희 변호사가 경선을 벌이게 된다.
당내에서는 야권 후보들의 3파전으로 인한 지지표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한 공천위원(국회의원)은 “새누리당은 자신 있으니 먼저 후보를 결정한 것 아니겠나. 공천위 회의 때도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다”며 “광주를 제외한 두 지역은 여권에 강력한 후보가 있는 야권 당선 지역으로 봐야한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와 상관없이 야당이 불리할 수 있다. 기본이 3파전이고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고문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천정배 고문을 우리 편으로 내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역 실사를 나가보면 아직도 천 고문은 호남에서 강력한 인물이기에 광주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천 고문을 붙잡는다고 하더라도 호남권 인사들의 반발을 다독여야 한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천 고문이 그동안 원내 진입을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호남 기득권 인사들의 반대 때문이었다”며 “천 고문은 국회에 입성하는 순간 호남의 맹주가 된다. 문재인 대표가 호남 세력을 다독이면서 천 고문에게 공천을 줘야하는데 이를 잘 해낼지 그의 리더십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어찌됐건 문 후보 입장에선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경선을 통한 후보 선정 이 가장 정치적 부담이 덜한 대책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앞서의 당직자는 “분명 세 곳 중 한 곳이라도 뺏기면 문 대표에게 바로 타격이 간다. 특히 성남 중원이 위험하다. 하지만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한 공천이기에 선거에서 공정하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표에게 타격이 가더라도 전략공천을 했을 때보다 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