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1일 오후 9시 40분경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심하게 파손된 사고차량에는 이 씨 부부가 타고 있었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 씨의 아내(37)는 사고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될 뻔했던 이 사고는 얼마 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조수석에 탄 사람이 즉사하는 대형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차량 운전자인 이 씨는 거의 다치지 않은 점을 의심했다. 더욱이 방호벽에 전면을 두 차례나 부딪히는 사고였음에도 왼쪽은 멀쩡하고 유독 우측면만 손상이 심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이에 경찰은 운전자인 이 씨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의도적으로 우측을 부딪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또 사고지점으로부터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승용차 우측 부분의 파편을 발견했다. 정면충돌하기 전에 아내가 타고 있던 조수석 쪽을 먼저 들이받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그렇게 큰 사고가 발생할 만한 특별한 상황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렇다면 현장 지리에 익숙했던 이 씨가 그곳에서 갑자기 충돌사고를 낸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에는 제동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씨가 사고를 막기 위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바퀴자국이 남아 있어야만 했다. 이는 이 씨가 사고를 막을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결정적인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였다. 방호벽을 들이받은 차량이 유턴 혹은 후진을 한 뒤 다시 같은 곳을 들이받았다는 결과가 나온 것.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일 가능성이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 씨가 아내를 상대로 무서운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결과 서울에서 의류 관련 사업을 하는 이 씨는 여자문제로 1년여 전부터 심각한 가정불화를 겪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기 한 달 전 이 씨의 아내는 이혼소송과 함께 100억 원대 재산에 대해 재산분할 가처분신청을 냈고 이로 인해 부부간 감정이 극도로 나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동기에 대해 거액의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모른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경찰이 국과수 감정결과 외에 사건 목격자나 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유죄 입증을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