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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 전경.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한편 감사원은 지난 9월 강원랜드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했는데도 이러한 거액 횡령 의혹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부실 감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감사 과정에서 적발된 것은 일부 직원들의 음주운전 문제뿐이었다고 한다. 67억 원이란 거액의 돈이 사라졌음에도 감사원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강원랜드에서 횡령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사전에 서류 조작 작업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08년 9월 강원경찰서는 강원랜드 카지노의 신고로 여직원 최 아무개 씨를 체포했다. 이전부터 최 씨의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있던 강원랜드 감사팀이 모니터링 작업을 벌인 결과 최 씨가 100만 원권 수표다발을 옷에 집어넣는 모습을 발견해 신고한 것이었다.
경찰 수사결과 당시 최 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총 1억 4700여 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재판부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8월, 사회봉사명령 80시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한 후 올해 5월 출소했다. 당시 최 씨의 횡령 사건은 이전 내부 횡령 사건들에 비해 액수가 크지 않았던 탓에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씨의 여죄가 드러났다. 그 규모는 앞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났다. 검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뢰해 사라진 강원랜드의 수표를 추적한 결과 최 씨의 주변 인물들이 강원랜드 수표로 2000만 원 이상을 거래한 흔적이 발견됐다.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 씨는 자신의 가족들을 동원해 무려 67억여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의 어머니 박 아무개 씨(54)와 삼촌 최 아무개 씨(50)가 자금세탁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의 차명계좌에서 40억여 원이 발견됐고 삼촌 최 아무개 씨도 최 씨의 범행을 도와 수십억 원의 자금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혐의로 최 씨와 그의 가족들은 10월 23일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검찰 수사결과 최 씨는 2007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백 차례에 걸쳐 게임 테이블에서 수거된 현금과 수표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100만 원권 수표 6750장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최 씨가 퇴근할 때마다 수표를 속옷에 숨겨 빼돌렸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최 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최 씨 가족이 빼돌린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씨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도 부실 감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취재결과 강원랜드는 지난 9월 감사원으로부터 정기감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 측은 “결과가 나오려면 감사 후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아직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비위사실은 직원들의 음주운전 행태 정도밖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강원랜드 직원들이 카지노 근방에서 적발된 음주운전 10여 건밖에 없었다”며 “거액의 횡령 등 비위사건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에서도 감사원의 감사 실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67억여 원이라는 큰 액수의 횡령도 잡아내지 못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감사원의 부실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른 분석도 있다.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적발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강원랜드 측이 회계장부를 고의로 조작한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직원들의 구조적인 횡령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었던 강원랜드 측에서 또 다시 거액 횡령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을 우려해 분실된 금액을 고의로 회계장부에서 삭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자금이 입금되는 즉시 전산 등록을 하게 돼 있는 강원랜드의 현행 자금흐름 구조상, 67억 원의 자금이 한순간에 사라졌음에도 회사에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액수가 횡령됐음에도 감사원의 정기 감사에서 적발되지 않았다면 자체적으로 횡령 사건을 가리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측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입금을 안 하고 그냥 가져가 버리면 서류상으로는 알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감사원 조사가 금감원에 수표 조회를 실시할 정도로 세부적인 조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적발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