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영아 살해’는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다. 과거 영아살해는 성폭행을 당했거나 임신과 출산 등 성에 대한 무지한 10대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영아살해는 ‘미혼모’ 낙인을 두려워한 일부 철없는 청소년이나 어린 부모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다. 무자격 부모들의 엽기적인 영아살해 범행 실태를 들여다 봤다.
2006년 6월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실로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자신이 낳은 두 아이를 살해·방치한 20대 부부가 검거된 것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2년 전 채팅으로 만나 동거에 들어간 김 아무개 씨(26)와 박 아무개 씨(23)는 2005년 3월 생후 50일 된 아들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마구 때려 살해한 뒤 사체를 장롱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시간이 지나 사체에서 나는 역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줄곧 향을 피워놓고 생활했으며 어머니와 이웃에게는 “입양시켰다”고 속여 왔다. 자식을 향한 이들의 엽기행각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큰아들을 끔찍하게 살해한 이들은 2006년 5월 31일 새벽 생후 40일 된 둘째 아들도 마구 때린 뒤 병원 응급실에 놓고 사라져 결국 이 아들도 사망하고 말았다.
세상의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부모의 손에 처참히 살해된 두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특정한 직업도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 부부는 아이를 양육할 경제적 능력도 없었으며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자질도 갖추지 못한 ‘무자격 부모’였던 셈이다. 당시 사건 자체보다 경찰을 더욱 경악케했던 것은 검거된 후에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티격태격하던 철없는 부부의 모습이었다.
2006년 4월에는 종로의 한 노상에서 출산 직후 아기를 흉기로 살해한 30대 노숙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임신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지내오다 갑작스레 노상에서 아이를 낳게 되자 당황한 나머지 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2008년 7월에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세제박스에 유기한 스물두 살 여대생이 기소되기도 했다.
영아살해는 최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 수원서부경찰서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어린 딸을 굶어 죽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김 아무개 씨(41)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08년 여름께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동거에 들어간 이들은 지난해 6월 딸이 태어나자 혼인신고를 하고 정식 부부가 됐다. 하지만 특정한 직업도 없이 처가에서 보태주는 돈으로 월세 20만 원짜리 지하셋방에 살던 이들에게 아기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특히 하루 대부분을 게임에 빠져 지내던 이들에게 육아는 뒷전이었다. 아기에게는 하루 한 번 분유를 타주는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9월 24일도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고 돌아온 부부는 아기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기가 지나치게 말라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부검을 의뢰했고 사인은 영양부족으로 인한 ‘기아사’로 드러났다. 경찰의 수사가 좁혀오자 부부는 아기를 화장한 뒤 처가 등에 숨어 지내다 5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게임중독에 빠진 나머지 아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미숙아로 태어난 어린 딸에게 하루 한 번만 분유를 먹이는 등 방치해왔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얘기다.
키울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갓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비정한 어머니도 있다. 역시 원치 않은 임신이 화근이었다. 3월 3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영아살해 혐의로 김 아무개 씨(37)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는 지난 2월 24일 동대문구의 한 모텔에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과의 사이에서 생긴 여아를 출산한 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일정한 주거지도 없이 찜질방, 모텔, PC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에서 “도저히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 원하던 임신과 출산이 아니었는데 아기가 나오자 보기 싫어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 여성이 지난 1997년에도 성폭행으로 생긴 아기를 출산한 뒤 같은 방법으로 살해해 1년간 복역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성폭행과 영아살해라는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던 이 여성은 이후 가족들과도 단절된 채 비참한 생활을 해왔는데 임신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18일 청주 흥덕경찰서는 찜질방 화장실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박 아무개 씨(27)에 대해 영아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지난해 8월 31일 오전 5시쯤 청주시 흥덕구 모 찜질방 여자화장실 변기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그대로 10여 분간 방치해 익사하게 한 뒤 죽은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씨의 찜질복에 묻어있는 혈흔과 사체의 DNA를 감식해 6개월 만에 박 씨를 붙잡았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10여 년에 걸쳐 자신의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후 딸이 낳은 아이 2명을 잇따라 살해한 남자도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아무개 씨(49)는 친딸(25)을 10여 년 전부터 1주일에 2~3차례씩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왔다. 더욱 엽기적인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김 씨는 자신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딸이 2005년 낳은 남아를 질식사시킨 뒤 집 앞마당에 매장한 데 이어 2006년에도 딸이 낳은 여아를 살해한 뒤 같은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아살해 사건과 관련해 “‘미혼모’라는 사회적 낙인과 생활고 등이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 영아살해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총 46명 중 17명(37%)이 20세 이하다. 실제로 영아살해 피의자들은 하나같이 자기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이들로 원치 않은 아이를 낳은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영아살해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찰관계자는 “경제적 자립 능력을 갖춘 30대 이상이 저지르는 영아살해 사건도 약 28%나 된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름의 사정은 있지만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영아살해는 대부분 부모가 될 자질이 없는 무자격 부모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귀찮다는 이유로, 원치 않은 출산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방치되고 학대와 무관심 속에 희생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