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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용자라면 하루에 서너 번 씩 받는 도박광고 스팸문자의 유형이다. 원금의 수십 배를 딸 수 있다는 유혹에 많은 사람들이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쯤은 괜찮겠지’ ‘조금 잃으면 관두지 뭐’라는 심리를 갖고 도박 사이트에 ‘클릭’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다가는 땅을 치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도 이런 소시민들의 단순한 심리를 노렸다.
조사결과 이 씨 일당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홍콩에 서버를 구축한 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왔다. 이들이 제공한 게임 메뉴는 초보들도 재미를 느끼고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바둑이와 맞고, 포커였다.
1년 10개월 동안 이 씨 등이 운영한 사이트에 접속해 인터넷 도박에 참여한 사람은 수천 명에 달했는데, 이들이 입금한 돈은 통장 입금액을 토대로 파악한 금액만 무려 1540억여 원이었다. 이 씨 등은 판돈의 12.3%를 환전 수수료로 받아 무려 170억 원의 이득을 챙겨왔는데 일당이 판돈 등 도박자금을 입금받기 위해 사용한 대포통장만도 400개가 넘었다.
도박 참가자들의 판돈 중 일부를 미리 공제하는 방식은 게임 횟수가 늘어날수록 매번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시스템으로, 이 씨 일당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경찰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들 조직의 인터넷 도박장 운영방식이었다.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아예 해외에 기지를 두고 ‘스카이’ ‘유니콘’ ‘갤럭시’ 등의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장해 ‘대박의 꿈’을 불어넣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현혹했다. 일당은 30~40명의 직원을 고용해 회원을 유치·관리하는 한편 게임머니를 충전·환전하고 하자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24시간 콜센터까지 중국 청도에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국내에는 별도로 움직이는 자금 인출책을 두고 수익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 일당은 루트본사, 총본사, 부본사, 총판 등 피라미드 구조로 조직을 만들었으며, 회원모집을 위한 유저관리팀까지 특별히 운영하는 등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수법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이들 조직이 단계별로 회원들을 모집하고 상부구조로 올라갈수록 더 큰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다단계 영업방식으로 단기간에 큰 이득을 챙기고 세력을 불려왔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운영본사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들은 하위단계를 알 수 없도록 차단, 조직 내에서도 철저하게 보완을 유지하는 동시에 경찰 추적을 따돌려왔다. 또 서버 IP와 도메인(게임명칭)을 수시로 변경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특히 이들 일당은 유저관리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 직원들이 24시간 조를 나누어 실제 도박자인 양 접속해서 접속자 수를 부풀리거나 다른 도박자가 접속할 때까지 상대방과 도박을 하면서 사이트 이탈 방지 및 도박자를 유인하는 수법이었다.
초기에 한두 번 재미로 도박에 손을 댄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혼 후 자녀를 홀로 키우며 빠듯하게 살아가던 A 씨(여·40)는 ‘대박을 낼 수 있다’는 휴대폰 스팸광고에 현혹돼 도박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1000만여 원의 빚과 정신적인 충격뿐이었다.
경찰관계자는 “인터넷 도박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도박하는 사람들의 패를 훤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결국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박 사이트엔 호기심으로라도 접속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