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석ㆍ김상열 2파전 양상…‘합의 추대’ 될까
두 회장이 막판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아니면 경선에서 맞붙게 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금호그룹이 현 박 회장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금호와 호반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팽팽한 2파전 양상
박흥석 현 회장을 지지하는 그룹은 경륜과 리더십을, 김상열 회장을 미는 그룹은 패기와 열정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 2009년 보궐선거로 회장직을 맡은 뒤 5년 6개월 간 장기집권을 해온 박 회장은 본업인 럭키산업보다 광주상의 회장직에 공을 들였다. 그동안 맺어온 인간관계와 경륜을 강점으로 원로그룹을 든든한 후원군으로 삼아 재선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비교적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호반건설을 주택 공급량 전국 5위권의 건설사로 성장시킨 사업 역량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을 맡게 되면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군은 광주 경제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평판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 신흥 선두주자인 김 회장은 호반건설을 일약 전국 건설사로 성장시켰다지만 최근 금호산업 인수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달갑지 않은 시선에다 아직 광주상의를 맡을만한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박 회장은 지역 내에서 직함을 30여 이상을 갖고 있을 정도로 사회활동은 활발하지만 현 정부의 출범당시 인수위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색깔이 짙다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
◇합의 추대될까
두 사람이 최종 단일화에 실패하면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는 경선 절차를 밟게 된다. 광주상공회의소 내부 분위기는 경선까지 가지 말고,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006년 선거에서 당시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과 금호 측이 합의 추대에 실패하고 마 회장이 선출됐으나 지역 경제계에 적잖은 논란과 후유증을 남겼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사전에 그럴 가능성을 배제시키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광주상의 제21대 부회장단은 13일 광주상의에서 회의를 갖고 두 회장 후보군에 합의추대를 위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부회장단은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라 경선까지 갈 경우 상공의원 간 분열 등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잡음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16일 정오까지 부회장단의 요청에 대한 본인들의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역경제계가 분열되면 가뜩이나 힘든 광주경제가 회복은커녕 내분에 휩싸여 큰 상처를 안게 된다는 것.
하지만 양 측 모두 단일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나 ‘누구로 추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동상이몽인 상태다. 어느 한쪽이 슬그머니 포기할 경우 그간의 명예와 위상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완주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유독 합의추대를 바랐던 박 회장으로서는 나이 어린 김 회장과 승부를 하자니 모양새가 우습고,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지역 경제계의 화합을 위해 출마 의사를 포기하며 결국 박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금호 VS 호반의 대리전 양상(?)
이번 광주상의 선거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금호그룹이 현 박 회장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금호와 호반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광주상의 회장선거 향방의 키는 금호가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선거에서 금호의 지지를 받아 회장직에 당선된 박 회장이 그간의 노하우와 경륜을 강점으로 지역 경제계의 원로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역 원로의 대표격인 금호 또한 박 회장에게 또 다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김 회장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현재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금호산업의 유력한 인수후보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측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경제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호남을 텃밭으로 한 금호그룹을 인수함으로써 차세대 호남의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것 같다”면서도 “금호 측에서 보면 이는 달갑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주상의 선거는 본의 아니게 금호그룹과 호반건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회장 선출을 위한 의원 등록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금호계 기업에서는 금호터미널·금호고속·금호리조트 등 7곳이, 호반건설에선 호반 베르디움·호반비오토·호반토건 등 총 9곳이 일반의원에 등록을 마치고 대부분 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이번 광주상의 선거가 지역 정통 맹주격인 금호그룹과 신흥 건설업계 강자인 호반건설 간 자존심 대결로까지 치달으면서 최종 승자가 누가될 지 지역경제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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