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원희룡(왼쪽) 남경필 두 의원간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전당대회 때 모습. | ||
두 사람은 갈등설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양측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큰 정치’를 꿈 꾸는 두 사람이 ‘포스트 박근혜’를 준비하는 정치적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두 사람의 당내 입장이 판이하다. 원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남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로서 모두 당 지도부 멤버지만 정치적 스탠스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원 의원은 박근혜-김덕룡 체제의 ‘대항마’로서 비주류 노선을 택한 반면 남 의원은 원내대책를 주도하는 주류에 편입된 상태다. 남 의원은 해병전우회에 못지 않은 끈끈한 단결력으로 유명한 김덕룡 원내대표의 경복고 후배다.
지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원 의원이 당의 방침을 무시하고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했을 때, 원내대책 수립에 참여했던 남 의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당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 등 이총리의 폄훼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이 총리에게 일절 질문하지 않기로 했었다.
또 원내차원에서 준비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북한 노동당 가입 의혹 사건 폭로와 관련, 원 의원은 “보수파에 끌려다니는 지도부가 당을 수구꼴통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배후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원내대책 핵심 멤버인 남 의원으로서는 껄끄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남 의원 한 측근은 “원 의원이 요즘 너무 나서고 있다”며 “이전에는 함께 사전 논의도 하고, 전략을 세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나홀로의 길을 가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평소 원 의원에게 남다른 동지애를 표시해왔던 남 의원은 이같은 일련의 ‘튀는’ 행보에 대해 우려와 함께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 의원측은 “남 의원이 DR(김덕룡 원내대표)의 그늘에 가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두 사람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소장개혁파로서 보폭을 맞춰 왔지만 사실 출신이나 성장배경은 완전 딴판이다. 남 의원이 수원지역의 잘 나가는 집안의 ‘도련님’이라면, 원 의원은 제주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력고사(현재의 수능시험) 전국 수석 출신의 원 의원은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부터 운동권에 발을 들여 놓았으나 남 의원은 운동권 경험이 전무하다. 나이는 64년생인 원 의원이 65년생인 남 의원 보다 한 살 많지만, 선수는 3선의 남 의원이 원 의원보다 보다 높다.
원 의원은 자신의 입장이 서면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날을 세우며 돌파하는 ‘불도저형’이라면, 남 의원은 주변을 살펴가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취합해 소리없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세단형’이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성격이 판이한 두 사람이 상보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장파를 이끌었으나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두 사람이 한 길을 같이 가기에는 길이 좁아 보인다”고 평했다. 지금까지는 당내 소수파로서 어깨동무를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노선과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경쟁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머쓱해지면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의 분열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수요모임 활동이 최근 들어 크게 위축되면서 이 모임 소속 의원 3명이 최근 국가발전전략연구회를 기웃거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수요모임 대표인 정병국 의원이 양측을 오가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수요 모임이 주최한 지난 12월28일 전방부대 방문에 원 의원은 참석했지만, 남 의원은 29~30일 본회의 준비를 이유로 불참했다.
수요모임 소속 한 의원은 “의정활동을 한 지 6개월이 넘으면서 서로를 알게 된 만큼 정치적 성향과 노선에 따라 당내 여러 모임이 재편될 때도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갈등이 조만간 표면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재로서는 서로를 겨냥하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기 때문이다. 경쟁하며 각자의 힘을 키워가는 ‘불가근 불가원’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종 목표를 대권에 두고, 그 도약의 발판으로 서울시장(원희룡)과 경기지사(남경필)를 생각하는 두 사람이 상처내는 직접적인 대결은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당의 이념 및 노선 문제를 둘러싸고 보수파와 한판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도 두 사람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의 한 관계자는 “하늘에 태양이 하나 있듯이 소장파 대표는 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며 “두 사람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겉모습은 보일 수 있겠지만 피튀기는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유영욱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