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저녁 기자는 일행들과 함께 미리 예약해둔 D 요정을 찾았다. 으슥한 골목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요정은 강남 대로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길가에서도 보이는 위치였다. 요정 관계자 역시 사전 통화에서 “찾기 쉽다. 도로에서 조금만 들어오면 금방 보인다”고 말한 터였다. 저녁 7시께 마당에는 이미 7~8대의 승용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주차 관리 요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요즘 그 일 때문에 손님이 덜 오는 것 같다. 평소엔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다”고 귀띔했다. 감사원 직원 성매매 사건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는 얘기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응접실이 나왔다. 이곳에서 한 중년 여성이 우리를 맞았다. D 요정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마담’이었다. 마담과 함께 계단을 올라 저녁 장소인 2층 룸으로 들어갔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엔 총 20여 개의 룸이 있다고 했다.
약 82㎡(25평)에 달하는 넓은 온돌방에 이미 상이 차려져 있었다. 방구석엔 요정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병풍이 세워져 있었고, 자개장 가구들도 배치돼 있었다. 요정은 미리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한데 음식 준비 때문이란다. 요정 마담은 “먹어보면 알겠지만 웬만한 한정식집보다 맛있다. 호텔 주방장 출신들이 한다. 음식은 무한정 나오니 마음껏 드시라”고 말했다.
마담은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요정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격은 1인당 27만 원이었다. 접대 여성이 동석할 경우 추가로 12만 원이 붙는다. 요정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선 1인당 대략 40만 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또 국악 공연을 보기 위해선 15만 원을, 밴드를 부르면 5만 원을 더 내야 한단다. 일반 직장인이 오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담은 “강남 룸살롱보단 저렴한 액수다. 유력 인사들이 많이 올 것 같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들도 많이 온다. 대학생들끼리 돈 모아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는 고급 한식을 먹으면서 술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주당들에겐 얼마나 좋으냐. 보통 직장인들 술자리로 치면 한 3차까지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단골이 많다”고 털어놨다.
마담이 자랑했던 것처럼 음식은 훌륭한 편이었다. 갈비찜, 산적, 게장 등 요리들이 줄지어 나왔다. 주방장이 직접 술자리로 와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술은 12년산 양주와 전통주,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고급 양주를 택할 경우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마담은 술자리에서 ‘오락부장’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어색해서 잘 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일부러 게임도 하고 흥을 돋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외국인들 역시 한국의 그런 술자리 문화를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마담은 접대 여성들 중 절반 이상이 낮엔 직장을 다니는, ‘투잡’이라고 귀띔했다. 마담은 “솔직히 여기는 다른 술집들에 비해 노동 강도가 세진 않다. 하루에 한 일행만 받기 때문이다. 손님들도 점잖은 편이다. 그래서 용돈벌이를 위해 퇴근하고 오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4시간 가까이 계속된 술자리가 끝날 무렵, 마담은 성매매를 뜻하는 ‘2차’ 얘기를 꺼냈다. 요즘 단속이 심해서 2차는 되도록 권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감사원 직원 적발 전에는 2차가 많았느냐는 질문에 “거의 100퍼센트”라고 답했다. 감사원 직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리 잡아둔 모텔에서 아가씨들과 만나는 식으로 2차가 공공연히 이뤄진다고 했다.
감사원 직원 사건을 아느냐고 묻자 마담은 “(감사원 직원들은) 재수 없는 케이스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찔렀다.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한다”면서 “조만간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정에서 2차를 나가기 위해서는 따로 3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감사원 직원들이 과연 그 돈을 직접 냈는지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