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창 부사장의 금호타이어 대표 선임이 ‘3일천하’로 끝나면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박세창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주협의회는 지난 2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조치를 결정, 임명을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금호타이어 측에 전달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채권단과 특별약정을 맺고, 대표이사 선임 등의 주요 안건이 발생할 경우 주주협의회에 사전 통보하고 승인 받기로 했다. 그런데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협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가 누락됐다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주주협의회가 박 부사장 대표이사 선임 철회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자 금호타이어와 박 부사장 측도 결국 3일 만에 선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박 부사장의 대표이사 ‘3일 천하’는 앞으로 진행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전과 경영권 후계 승계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 부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이 깨진 이후 박삼구 회장의 사실상 후계자다. 금호산업 지분 4.94%(169만 5733주)와 금호타이어 지분 2.57%(406만 5693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표이사 선임이 채권단에 의해 저지되면서,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당분간 탄력을 받기 힘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가 채권단과 불편한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산업과 모태기업인 금호고속 인수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금호타이어 채권단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전을 앞둔 것을 고려해 금호타이어 지분 인수 시점을 늦춰주면서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시켰다.
하지만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채권단의 이익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금호산업으로부터 금호고속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려 했다. 이에 채권단은 “먼저 주주협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인수에 참여하면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결국 매각 과정에서 채권단의 지분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박삼구 회장은 자금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금호타이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박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올라서면 회사의 모든 행위를 결정할 법적 권한을 갖게 돼, 금호타이어를 금호산업 인수전에 활용하기가 용이해진다. 또한 훗날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어 대표이사의 권한은 필요하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 부사장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에 무리를 해서 선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박 부사장은 금호산업은 물론 금호타이어의 채권단 지분 재인수 작업에도 깊이 간여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주주협의회에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은 실무진의 실수일 뿐”이라며 “이번 채권단과의 문제가 금호산업 인수전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은 무리가 있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