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벽씨는 무려 10년 6개월 동안 (3천58회) <아침마당>을 지켜, ‘최장기간 생방송 진행 1위’라는 진기록을 세운 주인공이다. 요일별로 각양각색의 인물과 사연들로 구성되는 <아침마당>은 진행자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으
로 요구되는 프로그램. 이씨는 자신을 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프로그램의 MC라기보다는 <아침마당>을 지키는 마당지기로 표현하며 줄곧 진한 애정을 나타내 왔다.
<아침마당>은 자극적인 아침 드라마를 누르고 두 자릿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해 왔던 장수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명 MC가 돌연 사퇴를 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했다. 마음만 먹으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게 요즘 네티즌들인데 말이다.
그·러·나… 이상벽씨의 고별 생방송이 나간 직후에 <아침마당>의 시청자 게시판은 너무도 잠잠했다. 사연인즉 자녀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시각 난데없이 터진(?) 이상벽 사퇴 쇼크에 아직은 인터넷이 낯설고, 어설픈 독수리 타법에 세월아 네월아 키보드만 바라보던 아줌마들이 ‘특단의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할 수가 없었던 것. 대신 방송이 나간 직후에 <아침마당>측은 사무실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항의 전화공세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후 자녀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4시부터 8시 사이에는 뒤늦게 게시판에 접속자 수가 폭증했다. ‘이상벽 컴백 추진위 결성’을 부르짖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돌연 사퇴를 발표한 게 표면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했지만 항간에는 내년 총선 출마설과 가정사로 인한 부인과의 별거설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처음엔 그런 ‘설’들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던 이상벽은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며 잠시 부인과 헤어져 지냈음을 시인했다. 금실 좋기로 소문난 부부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어쨌든 지금의 그는 공식석상에서나 다른 방송사 내에서도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 역력하다. 방송 전 대기실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출연자들과 담소를 나누던 그가 굳게 입을 다문 채 대본 리딩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워낙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닥인지라 어설픈 대처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은 이 금실 좋은 부부가 왜 불화에 휩싸였던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물론 본인은 사소한 말다툼이 원인이라고 치부했으나 부부간의 속사정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 그러다 보니 별별 억측과 루머가 나돌고 있다. 방송가의 여러 루머들 중 압권인 ‘설’은 KBS 사장 비서실로 걸려온 한 통의 아줌마 제보전화에 관한 것이었다.
이상벽씨가 지인의 집이 있어 평소 자주 드나들던 모 아파트의 부녀회장 K씨가 이를 오해해 “아무래도 그가 불손한(?) 동기로 우리 아파트에 사는 어떤 여자 집을 드나드는 것 같다. 공영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의 MC로서 자질을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제보전화를 끈질기게 했다는 것.
아직까지 사실 여부가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파워로 우뚝 선 그가, 만에 하나 공영방송 MC 자질을 운운하는 또 다른 대한민국 아줌마의 집요한 전화 때문에 사퇴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너무나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이상벽씨가 대한민국 아줌마들과 맺어온 ‘인연과 우정’은 세월보다 깊고 두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