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가수 이수영측은 “전용 밴을 털렸다”며 동대문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도난 물품은 1천만원 상당의 고가 오디오 시스템과 캠코더, 팬들에게서 받은 선물 등이다. 특히 이수영측은 분실한 캠코더에 끼워져 있던 비디오테이프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화면 모니터링을 위해 다양한 포즈를 취한 여러 장면이 그대로 녹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가수 겸 탤런트 김원준의 경우도 최근 밴 안의 물품을 몽땅 도난당해 황당해 하고 있다. 협찬을 받은 3천만원 상당의 의상과 각종 액세서리, 시계 등을 모두 분실해 난감한 상황. 그는 SBS 아침 드라마 <이브의 화원>에서 따뜻하고 유쾌한 캐릭터 ‘강준하’ 역을 열연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벌어진 일이라 “액땜했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이다.
과연 연예인들은 밴 속에 무엇을 얼마만큼 넣어 가지고 다니기에 전문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연예인들의 ‘움직이는 사무실’ 밴 안에선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연예인들의 밴은 거의 예외 없이 유리창이 모두 까맣게 선팅돼 있다. 일반인들이 햇빛가림용으로 하는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차량 밖에선 전혀 들여다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몸을 바짝 대고 보려 애써도 쉽게 내부를 살펴볼 수 없다. 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사생활 보호 차원”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이동수단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장충체육관, 동대문운동장 등 전문 콘서트장이 아닌 경우에 밴은 대기 장소로 이용된다. 연예인들을 위한 ‘이렇다 할 만한’ 별도의 대기실이 없기 때문. 이 경우 모든 준비는 밴 안에서 이뤄진다. ‘섹스어필’하는 무대 의상의 경우 여가수들이 안에 속옷을 거의 입지 않을 때도 있다. 이때 입고 왔던 속옷을 갈아입고 보관하는 의복실 역할도 한다. 밴 안에 여러 색상의 속옷을 여러 벌 구비해 두는 건 기본. 속옷도 때론 하나의 무대의상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킹, 귀걸이, 반지, 팔찌 등 각종 액세서리와 부츠, 단화, 뾰족 구두, 슬리퍼 등이 쌓여있기도 하다.
▲ 가수 이수영과 김원준(오른쪽)이 전용 밴에서 수천만원대 금품을 도둑맞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 ||
모 여성그룹의 경우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방공연을 위해 국도를 달리던 중 소변이 심하게 마려웠던 것. 근처엔 단 하나의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참다 못해 검정 비닐을 이용해 ‘실례’를 하고 밖으로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모 혼성 그룹의 여성 멤버들은 밴 속에서 욕설과 함께 머리채를 휘두르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매니저와 남자 멤버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입술이 부르트고 머리가 헝클어진 상태.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선팅 덕분에 ‘추한’ 꼴만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 사건이 있은 후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들은 바로 해체했다.
나이트클럽 공연을 마치고 팬의 권유에 못 이겨 술잔을 주고받은 아무개 여가수. 그녀가 술에 취한 나머지 허리띠를 풀어헤친 채 밴 속에서 잠이 들었다가 주변사람들에게 속옷을 살짝 보여주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대개 밴은 어디서든 무사통과다. 스타 연예인들의 전용차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밴 타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연예인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나만의 전용’ 밴은 그다지 많지 않다. 스케줄에 맞춰 동료 연예인들끼리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 많은 인기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의 경우 3~4대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두세 팀의 가수가 한 대를 같이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CJ뮤직의 경우 한 대의 밴을 운용하고 있다. 부활, 채소연, 모닝 등 서너 팀이 소속돼 있지만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는 채소연뿐. 지금 당장은 그녀를 위한 전용 밴으로 사용중인 것이다. CJ뮤직 관계자는 “매니저, 로드 매니저, 코디 등 5~6명이 동시에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밴을 이용하게 된다”며 “신생 엔터테인먼트사인 경우 유지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밴을 사용하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연예인이든 소속사든 밴은 그들의 ‘저력’을 과시하는 상징물로 비쳐지기도 한다.
강수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