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 인대가 늘어날 정도로 춤연습을 한 박솔미는 스크린 가득 멋진 춤 실력을 뽐냈다. 오른쪽은 염정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과연 누가 비어 있는 ‘스크린의 여왕’ 자리에 등극해 여배우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게 될까. ‘총선의 계절’인 4월 극장가에서 운명적인 흥행 경합을 벌이게 될 <바람의 전설>의 박솔미와 <범죄의 재구성>의 염정아를 그 ‘후보’로 만나보도록 하자.
개봉을 눈앞에 두기까지 두 배우는 상당히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을 등치는 전문 사기꾼 5인방, 그리고 이들과 얽히고설켜 있는 ‘위험한 사기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그 ‘위험녀’는 염정아. 배역 탓이었을까? 염정아는 촬영 중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는데 그 사연은 이렇다.
▲ <바람의 전설>박솔미 | ||
‘사기녀’ 염정아와는 대조적으로 <바람의 전설>에서 박솔미가 맡은 배역은 ‘여형사’. 경찰서장의 부인을 등친 제비 사건을 수사하다가 춤의 매력에 빠지는 역할이다.
박솔미는 한겨울에 바닷가 방파제 위에서 진행된 춤추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당시 영하 18℃에 바닷바람도 몹시 거세 입술이 얼어붙을 정도였다는 게 스태프의 설명. 박솔미는 “너무 추워 내복을 네 벌이나 껴입었지만 별 도움이 안됐다”면서 “굳은 몸 때문에 계속 스텝이 엉켜 NG를 남발해 더 힘겨웠다”고 밝히기도.
두 배우가 영화 출연을 앞두고 가장 고민했던 부분, 그래서 촬영 내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춤(박솔미)과 노출(염정아)이었다. 댄스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 <바람의 전설>에 출연한 박솔미는 사실 춤에 대해서는 ‘백지’ 상태였다. 그런 그가 스크린 가득 멋진 춤 실력을 뽐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품을 팔았을지는 불문가지. 박솔미는 “다리 인대가 늘어나 춤 연습을 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데뷔작 <테러리스트>에서 가슴을 노출한 바 있는 염정아는 당시 영화 자체보다 그 장면 하나에 집중하는 언론 때문에 충격을 받았던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이후 한동안 영화 촬영 자체를 회피했을 정도다. 그가 13년 동안 단 다섯 편의 영화에만 출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이번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노출 절대 불가’를 선언했다.
▲ <범죄의 재구성>염정아 | ||
두 배우 모두 카메라 앞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지만 연기력에서는 다소 엇갈린 평을 들었다. 그동안 영화에서 캐릭터가 확실한 배역을 맡아 내공을 쌓아온 염정아는 이번 작품에서도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섹시한 ‘팜므파탈’(위험한 요부)로의 변신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그의 캐릭터를 “팜므파탈이 아닌 푼수 같은 여성”이라고 얘기한다. 결국 “<장화 홍련>의 도도한 이미지를 푼수끼 넘치는 캐릭터로 변화시키고 싶었다”는 최동훈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극중인물이 표현된 셈이다.
<바람의 전설>에서 박솔미는 ‘혐오’하던 댄스스포츠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드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캐릭터는 ‘춤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이를 위해 심리 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드러내는 치밀한 연기가 요구됐지만 박솔미의 연기가 다소 밋밋했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비상의 날갯짓을 하는 두 여배우에겐 ‘옥에 티’마저 날려보낼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