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여고시절 한가락 한 이들 세 여배우가 엮어가는 좌충우돌 인생역전! 방금 전까지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어느새 가족의 소중함과 우정의 고귀함을 아는 이 시대 보통 아줌마들의 대변자가 된다.
은근한 열혈팬을 거느린 ‘들장미파’ 3인방의 실제 삶은 어떨지, 녹화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그들을 살짝 찾아가봤다.
너무나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빛났다. 세 여배우가 각각 뿜어내는 독특한 향기와 색깔은, 이 시대 보통 엄마들과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이자 <달려라 울엄마>가 2백 회를 돌파한 근간임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게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맏언니인 서승현이 말문을 열었다. “사랑! 사랑이지 뭐.”
그런데 의외로 서승현보다 나이가 어린 김영애와 이보희는 ‘과연 그럴까?’ 하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서로 노력해야 되는 거 같아. 대부분 준 만큼 받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되면 보상심리가 생겨서 주는 사랑을 할 수 없는 거 같아.”
“맞어. 주는 사랑이 더 좋아. 어렸을 땐 그런 걸 잘 몰랐는데, 이젠 주는 사랑이 더 좋아. 그게 더 오래 가는 거 같아.” 제일 막내인 이보희가 언니 김영애의 ‘주는 사랑론’에 맞장구를 쳤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40대(이보희), 50대(김영애), 60대(서승현)인 세 여배우가 ‘야, 자’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게 어색하진 않았는지(극중에선 이영애가 고교시절 ‘들장미파’ 짱으로, 서승현은 행동대장, 이보희는 ‘가방모찌’로 나온다).
“프로그램이 친하게 해줬지 뭐.” 맏언니인 서승현이 명쾌한 답을 줬다. 보통 연기자들 사이에선 연령대가 한참 위인 고참 선배에겐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는 게 관례다. 10년 터울일 경우엔 ‘선배님’이란 호칭을 쓰고. 그런데 이들은 ‘어머, 언니! 얘는! 얘, 보희야, 영애야’ 하면서 친자매 이상으로 애틋한 정을 과시했다.
여배우들의 어렸을 때 꿈은 뭐였을지 궁금해서 묻자, 김영애와 이보희가 ‘현모양처’라고 연달아 대답한다. 여고시절 너무나 수줍음이 많아서 저 앞에서 남학생이 걸어오기만 해도 고개를 푹 숙일 만큼 ‘내성적’이었다는 보희와 영애.
▲ (왼쪽부터)서승현, 김영애, 이보희 | ||
명랑소녀였던 서승현은 추리력이 뛰어나서 수사요원이 되고 싶었다고 답한다.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질문에는 모두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들장미파 3인방. 왜냐고 묻자 모두 ‘여자’가 너무 좋단다.
김영애: 난 여자가 더 좋은 거 같아. 왜냐면 살아보니까 여자가 더 마음이 넓고 우정도 ‘찐한’ 거 같거든.
“맞어! 맞어!” 이구동성으로 모두 외친다.
김영애: 살다보면 그 누구한테도 위로받을 수 없는 게 있거든. 그럴 때 친구가 필요해. 남편이나 가족들한테 위로받을 수 없는 그 어떤 것! 그럴 때 여자친구가 절실하지.
이보희: 난 그런 사람이 있어요. 딱 한 사람!
이보희와 MBC 공채 탤런트 동기인 이상숙을 꼽는다. 둘은 말을 안해도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라고.
서승현: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으면, 그게 후배가 됐건 선배가 됐건 진짜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줄 수 있는 친구. 그런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인생 성공한 거 아닌가?
역시 인생 선배인 맏언니는 달랐다. 7년 전에 짝을 잃은 서승현이 문득 추억에 잠긴다.
“이 세상에서 내 얘기를 끝없이 들어준 사람인 거 같아. 그게 제일 그리워.”
인생의 동반자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맏언니는 추억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만약 오늘 ‘지구의 종말’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할지 묻자, ‘들장미파 이보희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보희가 답한다.
“난 더 치장하겠지. 찍어놓은 옷 더 사들이고, 더 이쁘게 공주처럼 꾸미겠지.”
“난 원종이하고 결혼시켜달라고 졸라서 결혼식부터 하겠지?” 영애가 귀여운 표정으로 말한다.
“난 뭐 죽으나 사나 식구니까 식구부터 챙기겠지 뭐.” 서승현이 어느새 억척엄마가 돼서 말한다.
배우는 역시 배우다. 우리들의 ‘영원한 언니’, 들장미파 3인방! 그녀들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