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민(왼쪽), 송일국 | ||
KBS가 준비중인 블록버스터급 사극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주인공이으로 김명민으로 최종 확정된 뒤 ‘송일국 역풍’에 부닥친 KBS 홍보실의 외마디 ‘비명’이다.
이 같은 ‘사태’는 송일국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지 1주일여 만에 KBS가 “이순신 역으로 김명민의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빚어졌다. 팬들 사이에서 캐스팅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이는가 하면 일각에선 심지어 ‘음모론’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이순신 타이틀롤을 두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오는 8월15일 첫 회 방영 예정으로 4월22일 촬영이 시작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총 제작비가 3백50억원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 배가량에 이르고 회당 제작비도 3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동상의 위용에서 알 수 있듯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전 국민에게 가장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인. 바로 그 이순신 장군이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의 타이틀롤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때문에 누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될지를 두고 방송계는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상당한 관심을 쏟았던 게 사실이다.
그간 ‘하마평’에 오르내린 이순신 역 후보는 정준호 이병헌 최민수 송일국 등.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이들을 제치고 캐스팅이 최종 확정된 이는 김명민이다.
사실 초기 기획 단계에 제작진이 염두에 뒀던 후보는 정준호다. 이성주 PD는 “사극 하면 떠오르는 유동근, 김영철, 서인석씨 등은 이미 40대를 넘어섰다”며 “세대교체가 시급했기 때문에 신선한 얼굴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정준호의 경우 영화계에서는 활발히 활동중이지만 TV를 떠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신선함과 대중성, 그리고 연기력까지 갖춘 후보로 가장 적합했다. 하지만 이미 영화 촬영 스케줄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1백 부작 드라마에 1년 넘는 시간을 ‘올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무산됐다. 차기 후보로 거론된 이병헌 역시 비슷한 경우.
이런 상황에서 급부상한 후보는 최민수였다. 검술 실력과 카리스마를 이유로 자천 타천으로 이순신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로 거론된 최민수는 스스로 이순신 장군의 의상을 제작해 검도 시범을 보이는 ‘무언의 시위’까지 펼쳤다. 하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그의 너무 강한 카리스마를 부담스러워 했다. 겉으로는 나이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스태프를 좌지우지하는 스타일의 최민수와 1년 넘게 호흡을 맞추는 데 대한 부담감이 내심 컸다고 한다.
최민수와의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예상 후보는 송일국이었다. 그의 캐스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에서는 유성룡 역할의 이재룡, 선조 역할의 조민수 등 다른 배우와의 연기 호흡에 대한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총선 이틀 전인 지난 13일 이성주 PD는 송일국이 아닌 김명민이 이순신 역할로 캐스팅됐음을 최종 발표해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각종 연예 게시판에 나타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송일국과 김명민 모두 기대주로 인정받고 있는 연기자들. 때문에 최종 결과를 두고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과 박수를 보내는 이들의 논쟁이 오갔다. 송일국의 탈락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KBS 홍보실이 한동안 긴장했을 정도.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들 사이에는 송일국이 탈락한 이유가 한나라당 후보로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어머니 김을동 때문이라는 괴담이 나돌았다. 한창 캐스팅 작업이 이뤄지던 4월 초 송일국은 어머니 김을동의 선거운동 지원에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캐스팅 관련 접촉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도는 가운데 일각에선 ‘KBS와 한나라당의 대립 관계가 송일국의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종의 음모설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PD는 “송일국의 어머니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면서 “1백 부작에 3백50억원이나 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형 드라마를 기획하며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일각의 음모론적 시각 자체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이 PD는 송일국의 ‘탈락’ 이유에 대해 “장점이 많은 배우지만 아직 다양한 색을 내는 연기를 선보이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김명민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데엔 최근 종영된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김명민은 탤런트보다는 영화배우로 주로 활약해온 연기자. 그가 출연한 영화 <소름>과 <거울속으로>가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연기력은 인정받았던 스크린 기대주였다. 결국 이런 가능성 덕에 영화가 아닌 대하드라마의 타이틀롤을 맡는 행운을 잡은 셈이다.
이 PD는 “무인의 이미지가 강한 이순신의 내면의 고독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풍부한 감수성을 갖춘 배우가 필요했다”면서 “김명민은 탄탄한 연기력에 감수성도 풍부하고 카리스마까지 지닌,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라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순신 역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나돌았던 이런저런 얘기들은 제작진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뒤 점차 잦아드는 상태. ‘산고’가 컸기에 김명민이 보여줄 이순신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