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란 학창시절 호기심으로 한두 번쯤 해보기도 했던 ‘귀신을 부르는 방법’을 말한다. 영화에서도 여고생의 영혼이 이 주문에 의해 되살아나고, 저주에 얽힌 비밀이 펼쳐지게 된다. 그런데 주로 지방로케로 촬영되고 있는 <분신사바> 촬영장에서 몇 가지 공포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공포영화를 찍다보면 영화보다 무서운 ‘촬영괴담’이 생기게 마련. 때로 ‘홍보성 전략’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간혹 스태프들조차 놀랄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분신사바> 촬영장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걸까.
서울에서 전학 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이세은(이유진 역)이 친구들에게 저주를 내리려 어느 날 ‘분신사바’를 외우는 장면(분신사바란 손에 펜을 쥐고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채 주문을 외우면 영혼이 나타나 손 안의 볼펜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종이에 대답이 쓰인다는, 혼령을 부르는 소환술의 일종이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이데 구다사이….”
이세은이 처음으로 주문을 외우던 순간, 갑자기 촬영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의 옆 건물이 모두 정전이 되었다.
<분신사바> 촬영장은 전주의 기전여중이 있던 옛 학교 건물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건물은 기전여고와 기전여대. 1백10년이나 된 낡은 건물이라 기전여중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상태라고 한다. 바로 이 빈 학교 건물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것.
그런데 문제의 장면 촬영 도중 이 빈 건물만 불이 켜진 채, 옆 학교 건물에서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괴현상이 벌어졌다. “꺄악~!” 이 이상한 사건으로 인해 촬영장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옆 학교에 있던 여학생들이 집으로 귀가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누군가, “주문에 의해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으스스한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 사고 때문에 이세은은 더 ‘생생한’ 감정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 영화 <분신사바>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여배우들. 왼쪽부터 김규리 이세은 이유리.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 책은 기전여중 도서관에 남아 있던 책 중 소품팀이 골라온 것. 이유리는 “그 오래된 낡은 종이에 김인숙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보는 순간 너무 무서웠다. 그 사람이 꼭 날 보고 있는 것 같았다”며 당시 기분을 털어놓았다.
제작진은 촬영장으로 쓰고 있는 기전여중 옛 건물을 찾아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비어 있는 학교를 발견할 수 있어, 음산한 분위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홍보를 담당하는 ‘올댓시네마’의 양은진 대리는 “학교가 워낙 낡아 어느 곳이 세트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내부도 미로같이 얽혀 있어 스태프들조차 가끔 길을 헤맨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 학교는 영화 촬영이 끝나면 폐쇄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으스스한 공포영화를 만들고 있는 안병기 감독이 의외로 무서움을 잘 탄다는 사실. 안 감독은 “사실 공포영화 찍을 때 화장실도 잘 못 갈 정도다. 오히려 나보다 연기자들이 더 기가 센 것 같다”며 웃었다.
<분신사바>는 직배사인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의 투자를 받는 등 벌써부터 해외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 세 번째 작품으로 역시 ‘공포물’을 택한 안 감독은 “한국 공포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과연 공포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자신감대로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