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셔틀버스 사고가 잇따르자 워킹맘들 사이 등하원시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 앞에서 등하원시터가 담당 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요즘 강남 워킹맘이라면 한 번쯤 다 들어봤다는 등하원시터 전문업체의 설명이었다. 대치동과 잠실동을 왕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3만 5000원. 주5일 학원을 다니는 아이라면 월 70만 원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원하는 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업체 관계자는 “혹여 사고가 나도 보험은 100% 적용된다. 아이들을 이송해주는 사람들은 범죄경력조회를 마치고, 경호 관련 교육을 받은 젊은 남성들이다”고 설명했다. 차량 안에는 CC(폐쇄회로)TV까지 장착돼 있어 별도의 요금을 내고 신청하면 아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볼 수 있다. 불안한 엄마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이었다.
워킹맘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싸도 다른 대안이 없어서 쓴다”며 푸념을 늘어놓은 글이 다수 올라왔다. 마음에 드는 학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셔틀버스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엄마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셔틀버스를 태우기 위해 다른 학원을 하나 더 보내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끊이지 않는 셔틀버스 사고도 엄마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등하원 전문업체를 이용해봤다는 한 엄마는 “차로 내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집 현관문에서 학원 문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더라. 조금 비싼 택시를 태운다고 생각하고 쓴다”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시터를 구하느라 분투한다. 어렸을 땐 베이비시터, 조금 크면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놀이시터나 북시터를 구하고, 더 크면 학원을 데려다주는 등하원시터를 찾는다. 친정과 시댁 모두에 도움을 구하지 못하면 기댈 건 시터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 각종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는 것도 시터를 찾는 한 요인이다. 네 살짜리 여아를 키우고 있는 허 아무개 씨(33)는 “전업주부인 나도 어린이집 보내기 불안한데 일하는 엄마들은 오죽하겠나. 주변에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베이비시터도 업무에 따른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한 베이비시터 소개업체 상담원은 “가사와 육아를 함께 돌보면 시간당 1만 2000원, 음식까지 하는 시터의 경우는 1만 5000원씩 받는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시세일 뿐 협의하기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상담원의 말처럼 국적, 경험, 연령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조선족은 한국인에 비해 시세가 조금 낮게 형성돼 있다. 필리핀 출신의 시터도 인기가 높다. 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익히게 하려는 목적이다. 조선족 시터보다 월 20만~30만 원 시세가 낮다는 점도 엄마들에겐 매력적이다. 공통점은 시터를 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전반적인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등하원시터 전문업체 차량 안에는 CCTV가 장착돼 있어 별도의 요금을 내면 아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일반 베이비시터 외에도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북시터, 놀이시터 등 전문 분야도 생겨났다. 전직 교사, 유아교육 전공 석사 출신의 시터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그치지 않고, 발달 단계에 따라 영어 동화책을 함께 읽고 각종 신체활동, 대외 체험활동을 하는 등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한 맞춤 교육을 진행한다. 영미권의 유학파 시터도 ‘강남 엄마’ 사이에서 인기다. 시급은 2만 5000원~3만 원에 형성돼 있다.
곡절 끝에 시터를 구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오히려 엄마들의 걱정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고용하는 사람은 아이 엄마들이지만 시터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양육자가 바뀔 때 아이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엄마들은 웬만해선 시터를 바꾸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두세 달 걸러 10만 원씩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는가 하면, 갑자기 휴가를 요구해 엄마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남자 아이 두 명을 키우고 있는 김 아무개 씨(32)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터끼리 모여 담합을 한다. 한꺼번에 10만~20만 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해도 아이를 생각해 맞춰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온라인 육아카페에는 워킹맘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시터와 관련된 후기가 종종 올라온다. 필리핀 여성을 입주시터로 고용했다던 한 엄마는 시터의 사진까지 올리며 “명품가방, 현금, 아기 옷, 심지어 분유까지 훔쳐서 달아났다. 혹시 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절대 고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주부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조선족 시터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들었다. ‘아기가 말을 안 들을 때는 바늘로 콕콕 찌르면 말을 잘 듣는다’고 얘기하더라. 소름이 쫙 끼쳤다”고 적었다.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최 아무개 씨(30)는 “아는 분이 중국교포 베이비시터를 썼는데 알고 보니 A형간염으로 약을 먹고 있더라. 옮을지도 모르는 병인데 숨겼다는 게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내 아이에게 닥칠지도 모를 ‘시터 잔혹사’를 피하기 위해 엄마들은 각종 ‘안전장치’를 강구하기 바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이를 혼자 돌보기 때문에 엄마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앞서의 최 씨는 “불안한 마음에 집에 CCTV를 설치했다. 설치비는 20만 원 정도 들었다. 요즘 엄마들은 통신사에서 월 2만~3만 원 하는 가정용 CCTV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집에 CCTV가 있다고 하면 기분나빠하는 시터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한국출산보육협회 김윤자 회장은 “가능하면 관련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구하고, 고용할 때 건강진단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받아 보관해야 한다. 베이비시터 배상책임보험이 가입돼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