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오스본(원 안 왼쪽)은 자신이 끔찍히도 아끼던 로즈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한동안 깊은 슬픔에 빠졌다.
1956년 12월 6일에 태어난 랜디 로즈는 모두 음악 교사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과 친숙했다. 어머니는 7세 때부터 랜디 로즈에게 클래식 기타를 가르쳤고, 이후 로즈의 관심사는 일렉트릭 기타와 피아노로 넓어졌다. 틴에이저 시절부터 아마추어 밴드를 결성해 졸업 파티 같은 무대에 서곤 했던 그는 1971년에 앨리스 쿠퍼의 공연을 본 후 록 뮤직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1976년에 ‘콰이어트 라이어트’에서 기타를 치면서 메인 스트림에 진출한다. 그가 본격적인 날개를 펼치게 된 건 오지 오스본을 만난 1979년. 당시 자신의 밴드를 꾸리던 오스본은 로즈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로즈는 이후 오스본의 뜨거운 무대에서 기타를 치게 된다.
1982년 3월 18일. 그날은 테네시의 녹스빌에 있는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했고, 밴드는 다음 날 플로리다의 올랜도로 향할 예정이었다. ‘록 슈퍼볼 XIV’이라는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버스는 밤새 달렸고, 올랜도에서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리스부르크라는 곳에 잠시 머물렀다. 에어컨이 고장 나 수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정비소가 있는 지역에 버스가 멈추었고, 멤버들은 대부분 버스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한적한 분위기였다.
정비소 부근엔 작은 활주로가 있었고, 헬리콥터와 경비행기 몇 대가 있었다. 이때 투어 버스 운전사였던 앤드류 에이콕은 다소 위험한 행동을 했다. 전직 파일럿이었던 그는,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재미 삼아 몰래 비행기를 몰았던 것. 밴드의 키보디스트인 돈 에어리와 투어 매니저였던 제이크 던컨을 태운 에이콕은, 능숙한 솜씨로 비행기를 이륙시켰고 몇 분 동안 비행을 한 후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에이콕은 이번엔 다른 손님을 태우고, 좀 더 위험한 비행을 시도했다. 이때 비행기에 탄 사람은 랜디 로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레이첼 영블러드였다. 활주로엔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키보디스트 돈 에어리가 에이콕의 두 번째 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행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한 에이콕은, 투어 버스에 가깝게 접근한 저공비행을 시도했다. 아침 9시 정도였고, 그는 버스 안에서 자는 사람들을 비행기 소리로 깨우려고 했다. 이륙한 지 5분 정도 되었을까? 버스와 접근해서 날던 자그마한 비치크래프트 F35 비행기의 날개 한쪽이 버스 지붕 부분을 스치면서 반으로 부러졌다. 급격하게 균형을 잃은 비행기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근처의 차고에 처박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큰 소리가 나자 버스에서 늦잠을 자던 오지 오스본과 아내 샤론이 황급히 버스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불타는 비행기를 보았지만, 그 안에 자신의 스태프들이 타고 있는 줄은 몰랐다. 모든 광경을 목격한 돈 에어리가 상황을 알려 주었고, 그들은 황급히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그 외딴 곳까지 소방차가 오기까진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곳에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해도, 죽음을 피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비행기 날개가 버스 지붕에 부딪힐 때 이미 랜디 로즈는 비행기 앞 유리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고, 차고에 추락했을 때 비행기에 탄 세 사람은 모두 즉사했다. 늦게 도착한 소방차 때문에 세 명의 사체는 심하게 훼손되고 절단되었는데, 로즈의 신분을 치과 기록과 지니고 있던 액세서리로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스본과 일행들은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고, 리스부르크에 이틀 동안 머물렀다. 그 기간 동안 경찰 수사가 이뤄졌고, 조종사 에이콕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다량의 코카인이 발견되었다. 그는 새벽까지 버스를 몬 후에 아침까지 코카인을 즐긴 후 약 기운 속에서 비행기를 몰았던 것이다. 그는 초범이 아니었는데, 6년 전에 아랍에미리트 지역에서 치명적인 비행기 사고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로즈의 죽음 앞에서 오스본은 그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 당시 오스본은 알코올 중독 상태였는데 로즈는 그에게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는 조만간 죽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던 것. 3월 18일 밤에 버스에서 이 마지막 대화를 나눈 지 10시간 후에, 로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