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의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다 교체된 MC임성훈(왼쪽).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장장 8년 9개월 동안 <토크 쇼, 임성훈과 함께>와 5년 넘게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진행했던 임성훈은, “두 프로그램 모두 할 만큼 했고, 관심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 싶어 결정했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임성훈과 MBC 사이에 미묘한 감정 대립이 일어났고 급기야 임성훈이 MBC를 떠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에 진행됐던 올림픽 축구예선전 중계방송에서 비롯됐다. 당시 MBC와 SBS에선 비슷한 포맷으로 올림픽 축구예선전 중계방송을 기획하고 있었고, 이 때 양 방송사에서 임성훈을 MC로 기용하고자 했다. 그런데 임성훈이 SBS를 택하고 그 방송이 MBC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자, MBC측에선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8년 넘게 한솥밥을 먹으면서 같은 식구라고 여겼는데, 임성훈이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프로그램에서 경쟁사의 손을 들어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당시 MBC 관계자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 충격은 임성훈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MC를 교체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대타를 누구로 정할지에 대한 부분까지 진도가 나가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아침에 진행하던 프로그램 <토크 쇼, 임성훈과 함께>의 경우, 진행자가 바뀌면서 프로그램의 명칭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된 것. 또 하나는 임성훈이 일요일에 진행하는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여부였다.
MC를 새로 교체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대외적으로 임성훈과의 미묘한 마찰이 알려질 것을 우려, 지명도도 있고 시청률도 잘 나오는 효자 프로그램인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어쩔 수 없이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MBC 측에선 매우 가슴 아픈 결정이었지만, 그만큼 MBC의 자존심이 대단히 상처를 입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임성훈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참작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자식 앞에서 강한 부모가 어딨습니까? 이제 막 입사한 아들이 아른거렸을 텐데….” 임성훈과 MBC측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임성훈이 SBS에 PD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아들의 입장 때문에라도 SBS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어쨌든 그 여파로 MBC에서 임성훈이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폐지됐다. 그리고 임성훈의 대타로는 여러 명의 후보군 중 미혼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 중 한 명인 가수 이현우가 물망에 올랐다. 주부들도 미혼여성 이상으로 꽃미남을 좋아하니 ‘젊은 피’를 수혈하자는 의미에서 이현우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튜디오도 새로 꾸미고 타이틀도 <이현우, 최은경의 좋은 예감>이라 바꾼 뒤 야심차게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꽃미남이 진행해서 시청률도 예전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MBC는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너무나 저조한 시청률이 이어지자 또다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선택된 사람이 바로 이상벽!
그러나 이상벽은 그동안 아침 토크 프로에서 진행했던 연예 코너가 자신과 코드가 안 맞다며 없애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순간, MBC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현우 역시 <이현우, 최은경의 좋은 예감>을 진행할 당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방청객을 앉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했고, 그대로 해줬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예 코너는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코너인데, 그 코너를 아예 빼달라고 하니 이만저만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임성훈을 대신할 만한 인물로 ‘이상벽 카드’가 최상의 선택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결국 이상벽의 요청대로 연예 코너를 없애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임성훈과 같이 갑자기 진행자가 그만둘 경우, 프로그램의 타이틀을 바꿔야 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타이틀은 진행자의 이름을 걸지 않고 <사람향기 폴폴>로 정했다.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진행자가 두 번이나 교체되고, 타이틀도 새롭게 바뀌어야 했던 MBC 아침 토크 시간대는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찾은 프로그램이 앞으로 번창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