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국민연금 운용수익 전망치와 실제치의 괴리가 이명박정부 때보다 더 커져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런데 소득대체율을 걱정하기에 앞서 정작 걱정해야할 문제는 연금 고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연금은 보험료도 덜 걷히고 운용수익도 급감해서 이대로 가다가는 고갈 시기가 크게 앞당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국민연금공단은 제3차 재정추계를 공시한다. 국민연금 자산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담은 보고서다. 앞으로 어떻게 운용을 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된 일종의 계획서이기도 한 중요한 자료다.
2013년 3월 당시 그 해 보험료 수입 32조 1350억 원, 기금운용수익 20조 820억 원, 연급급여 14조 320억 원을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이 해 실적을 보면 보험료 수입 31조 9070억 원, 기금운용수익 14조 2110억 원, 연금급여 13조 1130억 원이다. 급여가 예상보다 1조 원 가까이 덜 나갔지만, 보험료가 2000억 원 넘게 덜 걷혔고, 운용수익은 계획대비 6조 원 가까이나 적다.
지난해도 비슷하다. 예상치는 보험료수입 34조 5810억 원, 기금운용수익 26조 7440억 원, 연금급여 15조 4900억 원이다. 하지만 실제는 보험료수입 34조 780억 원, 기금운용수익 13조 1270억 원, 연금급여 13조 780억 원이다. 급여는 덜 나갔지만 보험료는 덜 걷혔고 운용수익은 13조 원 넘게 펑크가 났다.
증권가의 한 연금 전문가는 “보험료가 예상보다 덜 걷히는 것은 경제상황 탓이 크다. 경제가 성장해 급여가 오르거나 고용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보험료 납부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3년 2.9%, 2014년 3.3%다. 올해는 2.3%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애초 박 대통령이 ‘근혜노믹스’로 이루겠다는 성장률 4% 공약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연말기준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8000달러로 현 정부의 공약인 4만 달러와는 격차가 크다. 또 지난 13일 국민연금공단이 조사한 국민연금 공표 통계(안)에 따르면 2014년 국민연금 보험료 누적 체납액은 7조 629억 원(징수율 98.1%)으로 집계됐다. 보험료 체납액이 7조원을 넘어서기는 2007년 이후 7년만이다. 직장인보다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지역가입자를 중심으로 올 들어 체납액이 급증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니 자영업자들이 국민연금을 제 때 못 내고 있는 셈이다.
익명의 한 증권사 경제담당 애널리스트는 “어려운 경제 살리자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흉내 내 금리를 내리는 ‘초이노믹스’를 펼쳤지만, 이 역시도 악수였다.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하고,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계속되면서 국민연금 운용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제3차 재정추계에서 추정한 기금운용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가 크다. 실제 수익률이 매년 1%포인트씩 낮아지거나 높으면 기금 고갈시점은 5년이 단축되거나 8년이 연장된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추정수익률을 정하는 기준은 3년만기 회사채의 1.1배다.
국민연금의 2013년 금리전망은 4.7%, 수익률 추정은 5.2%다. 하지만 실제금리는 3.2%, 실제수익률은 4.2%다. 2014년도 금리전망은 5.7%, 수익률 추정은 6.3%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5.2%다. 당초 국민연금 예상고갈시점은 2060년이다. -1%포인트당 고갈시점이 5년 단축되는 공식을 적용하면 2년새 고갈시점이 2060년에서 2050년 이전으로 10년 넘게 당겨진 셈이다.
이 같은 전망치와 실제치의 괴리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그 정도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커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이뤄진 2차 재정추계에서 2008~2013년 수익률 전망은 7.4%였지만, 실제 수익률은 5.8%에 그쳐 1.6%포인트의 괴리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 2년간 평균 1%포인트 넘던 괴리폭이 올해는 더욱 크게 벌어지면서 이명박 정부 때의 괴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3차 재정추계상 금리전망과 수익률 추정은 각각 6.2%와 6.8%다. 그런데 올 들어 5월 13일까지 89거래일간 3년만기 회사채 금리평균은 2.18%다. 4%포인트가 넘는 차이다. 이대로면 올해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다시 10년 이상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방법은 3가지다. 덜 주거나, 더 걷거나, 더 벌면 된다. 앞의 두 방법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가장 조용한 해결책은 연금 자산을 잘 굴려 돈을 더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 그럴만한 환경이 아니다. 국내로 보면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고, 해외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2011년말 13.2%이던 해외투자비중은 지난 연말 20%를 넘어섰다. 자칫 그동안 쌓아왔던 수익의 상당부분을 까먹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채권투자 비중이 60% 아래로 떨어진 반면 주식투자 비중은 31%가 넘어선 점도 꺼림칙하다. 연금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연금펀드는 안정성이 생명이다. 투자에서 원금을 일단 까먹기 시작하면 이를 복구하는 데는 몇 배의 어려움이 따른다. 운용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식투자를 늘렸다는데, 기대수익을 높인 만큼 투자위험도 커진 게 문제다. 예측 불가한 금융시장의 악재를 만날 경우 수년간 쌓은 수익을 한 번에 날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의 한 연금전문가는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고갈은 결국 시간문제다. 보험료를 높여 고갈시기를 늦출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강할 수밖에 없다.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서 연금을 덜 주겠다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무리해서 운용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