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그보다 연장자인 최경환(왼쪽)·황우여 부총리가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여권에선 조윤선 전 수석의 내년 총선 출마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조 전 수석만한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 핵심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상당히 유효적절한 카드라는 분석에서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종로와 구로, 광진 등 조 전 수석의 출마예상 지역이 담긴 찌라시가 도는 등 조 전 수석의 총선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연금 개혁 파동 등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와대 경력과 여성’ 프리미엄도 무시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조 전 수석 주변에선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조 전 수석과 손발을 맞췄던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전 수석은 정무수석 시절 주변에서 여러 차례 총선 출마에 대해 물으면 ‘생각 없다’고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며 “정치인이니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긴 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총선엔 뜻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당분간 딸과 함께 미국에 머물면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
내년 총선 출마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전 수석 등 수석비서관급들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비서관급이나 행정관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총선에 나서려는 비서관급이나 일반 행정관들은 결국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일찍부터 지역구를 다지지 않고선 힘들다는 점에서 사직에 대한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일일이 챙겨주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올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총선 출마자들이 줄줄이 사직하는 등 청와대 내부도 물갈이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급들을 제외하곤 행정관 등이 대부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총선 출마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며 “조 전 수석의 사퇴를 계기로 사퇴 러시가 일어나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라고 밝혔다.
내각에서도 총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당장 50대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황 후보자보다 나이가 많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두 사람은 내년 총선 출마를 적극 희망했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황 후보자 지명은 두 장관에게 총선 출마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두 장관이 여의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6월내에 마무리되면 이르면 7월께엔 자연스럽게 내각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은 다들 제 살 길을 찾으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박근혜 정부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8월쯤엔 박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할 순장조가 누군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경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