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증권가에선 SK D&D 상장은 향후 ‘SK케미칼그룹’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으로 보고 있다. 왼쪽은 SK케미칼 사옥과 최창원 부회장. 일요신문 DB
SK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SK D&D가 6월 코스피에 상장될 예정이다. SK D&D는 2004년 (주)아페론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으며 2007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원래 부동산개발업체로 출발, 가구사업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48억 원에 영업이익 251억 원을 기록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SK D&D의 상장을 주목하고 있다. SK D&D가 SK그룹 사촌형제 간 계열분리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K D&D의 최대주주는 SK가스로 4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31.3% 지분을 갖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을 통해 사실상 SK가스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면 SK D&D의 실질 지배주주는 최 부회장이다.
SK D&D의 주당 공모 예정가는 최대 2만 4300원까지 제시됐다. 공모 예정가를 기준으로 할 때 최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6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 부회장이 2004년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SK D&D에 출자한 자금은 5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11년 만에 지분 가치가 12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또 상장 후 SK D&D의 주가가 상승하면 최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더 올라간다. 공모주들은 상장 시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되고 향후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SK D&D의 주가를 공모가보다 훨씬 높게 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된다면 최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 D&D의 지분 가치는 약 1000억 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관건은 최 부회장이 SK D&D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최대주주가 어차피 최 부회장의 지배력 안에 있는 SK가스인 탓에 최 부회장이 향후 SK D&D의 지분을 매각해 이 자금으로 SK케미칼의 지분을 취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신증권은 “최창원 부회장이 SK D&D 보유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SK케미칼 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SK그룹의 사촌형제 간 계열분리는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재계 고위 인사는 “최태원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서도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SK그룹 계열분리설이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최창원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늘리느냐가 관심거리인데, 늘릴 것은 자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부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SK케미칼 지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유하고 있던 SK가스 지분 6.1% 지분 전량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SK케미칼 지분을 매입, 지분을 10.18%에서 13.17%로 늘린 바 있다. 당시 SK케미칼은 “경영권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계열분리로 가는 한 단계’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비록 최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13.17%로 늘렸지만 독립경영하고 있는 계열사들을 온전히 지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늘리고 확실한 독립경영을 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지주회사 체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 ‘SK케미칼그룹’으로 칭하기도 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3월 31일 SK케미칼을 “‘SK케미칼그룹’의 실질적인 사업 지주회사”라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케미칼은 SK건설 지분 등을 매각해 현금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형제의 계열분리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SK그룹에서 “사촌형제 간 관계가 나쁜 것도 아니고 자금 조달 등의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도 힘들다”며 계속 부인하고 있음에도 SK그룹의 사촌형제 간 계열분리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신원·최창원 형제 쪽에서 별다른 움직임만 있으면 가장 먼저 계열분리와 연관 짓기 일쑤다. 그룹 심벌처럼 나비효과가 대단하다. 이 와중에 SK D&D 상장은 향후 ‘SK케미칼그룹’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으로 보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이 독립경영하고 있는 계열사들이 판교로 속속 집결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SK케미칼이 2010년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도 판교로 본사를 옮긴 후 지난해 말에는 SK가스가 판교의 SK케미칼 빌딩 맞은편으로 본사를 옮겼다. SK D&D 역시 현재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판교 SK케미칼 빌딩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