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2일 SBS 탄현 세트장. 5월 초인데도 땡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날씨다. 이날은 실내 세트촬영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대기실로 들어가 보니 우희진은 점심도 거르고 ‘눈물신’ 촬영을 앞두고 감정을 잡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했다. “사실은 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이에요. 이따 울어야 되는데 밥 먹고 힘나면 눈물이 안 나올 것 같아서요.(웃음)”
우희진이 연기하는 ‘박동지’는 이름처럼 성격도 남다르다. 남자들을 퍽퍽 때리는가 하면 ‘니미뽕이다’ 같은 터프(?)한 말투를 내뱉는 대사들도 많다. 우희진이 그동안 연기했던 인물들과도 다르고 물론 우희진의 평소 모습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 그래서 처음엔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머리모양도 바꾸고 옷차림도 털털하게 입으려고 노력해요. 박동지의 대사를 하려면 배에도 힘을 주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해요. 처음엔 적응이 안돼서 촬영하고 나면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어요. 제가 평소 쓰지 않는 톤으로 말하다보니 금방 기운이 빠져요. 그래서 밥도 많이 먹고 군것질을 엄청 하죠.(웃음)”
우희진은 ‘박동지’의 말투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말투가 터프한 친구를 불러 대본을 읽어보라고도 했다. 그대로 따라하며 말투를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는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 참 재미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헤어스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푸들처럼 뽀글뽀글한 퍼머머리가 어울리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우희진은 참 잘 어울렸다. “사실은 잘 차려입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인터뷰를 할까 생각했는데 이 머리가 잘 어울린대요”라며 웃음을 보인다.
벌써 몇 년 만인가. 기자가 대학생이던 시절, 당시 MBC의 인기시트콤 을 찍고 있던 우희진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그보다 전엔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 등 청춘스타들이 총출동됐던 KBS 에서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인형 같은 외모로 찬사를 받기도 했던 그다. 드라마도 인기였지만 우희진도 그때 한창 전성기의 배우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우희진의 외모는 달라진 게 없다. 역시 배우는 다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 드라마 에서 털털녀로 변신한 우희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역시 연기생활 18년차 ‘프로’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얘기했을까 후회될 때도 있죠.(웃음) 그렇지만 다들 제 얼굴을 아시는데 굳이 안했다고 말할 필요를 못 느꼈어요. 당시엔 제가 한창 살이 쪘을 때라서 각진 턱이 많이 거슬렸었어요. 그래서 (성형수술을) 했고 했으니 했다고 얘기한 것뿐이에요. 제가 좀 물어보면 그냥 다 얘기하거든요.(웃음)”
우희진은 한동안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연예계에 데뷔했다. 아역배우로 성장한 배우들은 대부분 한 차례의 고비를 겪곤 한다. 여기에 여배우로서 ‘서른’의 나이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는 배우라고 해서 나이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은 없어요. 예전에 사람들이 저에게 ‘인형 같다’고 얘기할 때 참 싫었어요. 그건 그냥 외형적인 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전 지금의 제 모습이 좋고 다양한 연기를 경험해서 지금의 ‘박동지’에까지 이른 그 과정이 좋아요.”
벌써 연예계 데뷔 18년째가 된다고 하니, 우희진도 횟수를 꼽으며 스스로 놀란다. 앞으로 10년 후엔 어떤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저는 평생 늙어죽을 때까지 사춘기로 살아갈 것 같아요.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고 해고, 또 마흔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역할에 따라 다양한 나이를 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지금처럼 언제나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며 나이를 먹어가겠죠.”
배우로 활동하면서 영화출연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과감한 노출연기로 변신을 할 계획은 없는 걸까.
“영화에 몇 번 출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노출연기요? 사실 여배우로서 노출신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순 없어요. 하지만 좋은 기회가 온다면 혹시 모르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