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은 통합SK(주)를 통해 계열사들 돈벌이 사업에도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한 펀드매니저는 “SKC&C는 증시에서 실질적 지주사로 높은 프리미엄이 인정됐지만, SK㈜는 껍데기만 지주사로 홀대 받아왔다”면서 “결국 SK C&C를 상장시킨 이유가 바로 무형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시가총액이라는 유형의 가치로 현실화시키기 위한 도구였던 셈”이라고 풀이했다.
재무구조도 좋아진다. SK C&C는 총자산 3조 1769억 원 가운데 2조 1124억 원이 빚(부채비율 198%)이었다. 하지만 초우량회사인 SK㈜와 합치면서 통합SK㈜는 총자산 13조 2370억 원 가운데 빚이 5조 7133억 원(부채비율 46%)에 불과하다. 최 회장으로서는 자산의 양뿐 아니라 질도 높아진 셈이다.
SK그룹은 최근 통합SK㈜와 관련한 비전발표를 했다. 이 가운데 배당성향을 30%로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SK C&C의 지난해 순이익은 7094억 원, 이 가운데 13%인 907억 원을 배당했다. 최 회장 몫은 약 339억 원이다. SK㈜는 지난해 1595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 중 55%인 880억 원을 배당했다. 최 회장 몫(지분율 0.02)은 채 2000만 원도 안 된다.
만약 올해도 두 회사가 지난해와 같은 이익을 낸 채 합병하고, 같은 배당을 한다면 최 회장이 받을 배당금은 418억 원((SKC&C 907억 원+SK㈜880억 원)Ⅹ통합SK㈜지분율 23.4%)이 된다. 합병 비율 덕분에 배당금 수익도 23%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처럼 배당성향이 17%인 경우다. SK그룹이 밝힌 대로 배당성향을 30%로 올리면 최 회장의 배당금은 610억 원(순이익합 8689억원Ⅹ배당성향30%Ⅹ지분율 23.4%)으로 늘어난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통합SK㈜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는 건 너무나 뻔한 수순”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통합SK㈜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또 수익을 얻게 된다. 통합SK㈜가 지배하는 계열사들의 기업가치 상승도 중요하지만, 최 회장이 직접 지배하는 지주사가 그 가치를 얼마나 누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례로 SK텔레콤이 1조 원을 벌어도 통합SK㈜의 몫은 지분율(25%) 만큼인 2500억 원이다. 최 회장 몫은 그 2500억 원의 23.4%인 585억 원이다. SK텔레콤이 해도 돈벌이가 될 사업을 통합SK㈜가 직접 한다면 최 회장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제 SK그룹은 그런 계획을 내놨다. SK그룹은 통합SK㈜의 신사업으로 ▲ SK텔레콤을 활용한 융합보안(정보보안+물리보안) ▲SK하이닉스를 활용한 반도체 모듈 ▲ SK바이오팜의 바이오 신약 ▲ SK E&S와 연계한 LNG(액화천연가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최 회장의 수익을 극대화시켜야 지배구조도 튼튼해지고, 다음 대로의 후계를 위한 준비도 할 수 있다”면서 “미래 유망사업인 바이오의약품과 LNG사업은 물론 그룹 내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과 관련된 사업기회에도 지주사가 직접 참여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뚜렷이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