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왼쪽), 봉준호 감독 | ||
이번에 강우석 감독에 의해 지적된 송강호는 묘하게 ‘강우석 감독의 오른팔’이라고 하는 김상진 감독과 부딪친 적이 있다. 어느날 두 사람은 우연히 술집에서 마주쳤고 격론을 벌이게 됐는데, 엉뚱하게도 이유는 당시 강제규 감독이 찍고 있던 <태극기 휘날리며>가 발단이었다.
당시 강우석 감독과 강제규 감독은 각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중이었다. 만약 그 영화들이 실패할 경우 한국 영화 제작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들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영화의 블록버스터 지향에 대해 우려하는 싸이더스측 영화 <살인의 추억>을 찍은 송강호와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고 있는 시네마 서비스 최측근인 김상진 감독이 만났으니 자연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그날 두 사람은 코가 삐뚤어지게 마셨다고 한다.
▲ (왼쪽부터) 강제규 감독, 강우석 감독, 이창동 감독, 박광수 감독 | ||
소설가 출신인 이창동 감독을 영화계로 끌어들인 인물은 바로 박광수 감독. 어느날 이창동 감독에게 박광수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한다. 임철우 작가의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를 영화화하고 싶은데 원작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만나게 해줬는데, 이런저런 얘기하다 박광수 감독이 불쑥 “시나리오 한번 써볼래?” 하고 제의했던 것. 그때 이창동 감독이 했던 말은 “그럼, 나를 조감독으로 받아줄래?”였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계엔 묘한 인연으로 감독이 되기도 하고 작가가 되기도 하는데, 봉준호 감독과 <지구를 지켜라>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장준환 감독의 인연은 유별나다. 둘 다 영화아카데미 11기인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을 찍어주고 스태프를 맡았던 각별한 사이다. 장준환 감독의 단편영화 <2001 이매진>은 봉준호 감독이 촬영을 맡았고, 봉준호 감독의 졸업작품인 단편 <지리멸렬>은 장준환 감독이 조명을 맡았었다.
▲ 장준환 감독(왼쪽), 류승완감독 | ||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불리는 류승완 감독과 박찬욱 감독과의 관계는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 사이이자 동지적 관계다. 고교생 시절 박찬욱 감독의 비평론을 보며 영향을 많이 받았던 류승완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을 보고 너무 좋아 박찬욱 감독을 무작정 찾아갔다고 한다.
그가 감동한 부분은 달도 아니고 해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병원 복도에서 이승철이 주먹싸움 벌이는 장면임을 말하자, 박찬욱 감독은 당황해서 “너는 나보다 아무개 감독을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조용히 충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박찬욱 감독의 곁에 남아 그의 연출부 생활을 했던 류승완 감독은 지금도 영화를 만들 때면 가장 먼저 모니터를 부탁하는 사람이 박찬욱 감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