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성현아가 영화 <애인>의 홍보 방식에 대해 “나는 쓸데없이 벗고 나뒹구는 배우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 ||
여배우의 노출은 절대 강제가 아닌 합의에 의해 이뤄진다. 그렇다면 촬영이 끝난 뒤에도 뒷말이 남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파격적인 노출이 시도된 대부분 영화는 아쉽게도 다양한 뒷말을 남겼고 이번에 또 하나의 사례가 발발했다. 이는 여배우의 노출을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이 서로 상반되기 때문이다.
배우:::이미지 확 바꿔 스타 도약
“노출은 배우가 되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영화 <극장전>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인 엄지원이 남긴 말이다. 전도연은 <해피엔드>의 과감한 노출 연기로 통과의례를 치렀고 김혜수 역시 <얼굴없는 미녀>의 과감한 노출로 ‘스타’라는 이름표를 ‘배우’로 바꿔 달았다. 추상미 엄정화 배두나 등 상당수의 여배우들이 ‘스타’로 데뷔해 노출을 통해 ‘배우’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노출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노출을 결심할 정도로 달궈진 연기 열정이 그들을 배우로 성장시켜 준다는 얘기.
반면 데뷔 초기부터 노출에 거리낌이 없었던 이들도 상당수다.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인 강혜정은 데뷔작 <나비>를 시작으로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에서 연이은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그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노출을 꺼려하는 여배우보다 넓을 수밖에 없다. 고인이 된 이은주(<오 수정>)를 비롯해 이소연(<스캔들>) 조은숙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도 데뷔 초기부터 노출 연기를 선보여 왔다.
아예 ‘파격적인 노출’로 스타덤에 오른 이들도 있다.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을 필두로 <거짓말>의 김태연, <썸머타임>의 김지현, <미인>의 이지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맛섹)>의 김서형 등이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남자 배우도 마찬가지로 <썸머타임>의 류수영, <미인>의 오지호, <맛섹>의 김성수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인 최유라 역시 영화 <수탉>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배우 역시 사람이고 또 여자인 탓에 노출이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다. 영화 <테러리스트>에서 처음 노출 연기를 감행한 염정아는 당시 받은 충격 때문에 한동안 영화 출연 자체를 피해왔다.
감독:::필요한 만큼 벗길 수 있어야
감독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벗겨야 한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벗기라는 얘기는 아니다. 시나리오의 흐름상, 캐릭터의 성향상 ‘필요하다면’ 벗기는 게 감독의 역량이다.
▲ 위부터 <극장전>의 엄지원, <맛있는 섹스>의 김서형, <테러리스트>의 염정아, <해피엔드>의 전도연. | ||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도 노출에 적극적(?)이다. 둘 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감독이라 세계 3대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여배우들이 노출을 감수한다. 다만 이들도 배우에 따라 노출 수위는 조절하곤 한다. 김 감독의 영화 <빈집>은 내용상 노출이 불가피하나 이승연을 배려해 노출을 배제해 기존 스타일을 버렸다.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역시 베드신은 찍었지만 노출은 없다. 이는 박 감독이 강혜정 윤진서 배두나 등과 작업할 당시와는 전혀 다른 점. 배우의 파워가 감독의 성향을 움직인 것이다.
노출 때문에 힘겨워하는 여배우 때문에 성향을 바꾼 감독도 있다.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의 파격적인 노출신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당시 전도연이 받은 ‘영혼의 상처’로 나도 힘겨웠다”고 얘기한다. 이는 연출 성향으로 이어져 30세 여성과 10대 남성의 사랑을 그린 <사랑니>의 노출 수위에 영향을 줬다.
홍보:::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영화 홍보사 입장에서 ‘여배우의 노출’은 매우 좋은 전략 가운데 하나다. 영화 홍보는 극장을 ‘자주 찾는 관객’은 물론이고 ‘자주 찾지 않는 관객’까지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노출’은 후자에 대한 홍보 전략으로 적절하다.
다만 지금은 노출이 하나의 ‘부분 전략’일 뿐 예전처럼 ‘중심 전략’은 아니다. 여성 스타의 노출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영화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누드 등 스타의 노출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
‘스타 권력화’도 어려움이다. 영화 관련 주체들 가운데 배우가 가장 높은 자리를 선점하면서 홍보사는 배우의 눈치를 살피며 홍보에 임해야 한다. 영화 <얼굴없는 미녀>나 <극장전>의 경우 홍보사가 밝힌 노출 수위는 ‘가슴이 드러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영화 속 노출 수위와 상관없이 무조건 ‘파격적인 베드신’이라 홍보해오던 기존 방식과는 상반된 모습. 이제는 영화 홍보보다 해당 여배우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남몰래 노출 관련 홍보가 계속된다. 공식적으로는 “노출 수위가 낮다”고 얘기하면서 이면으로는 “파격적인 노출 장면을 영등위에서 가위질했다”는 식의 소문을 흘리는 것. 현재 영등위의 경우 등급심사 기관으로 ‘가위질’이라 불리던 사전심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낸 헛소문이다. 충무로 ‘공공의 적’이던 영등위가 이제는 홍보용 소도구가 되어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