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전경. 1·2호 방조제 관할권을 놓고 군산·김제·부안 세 지자체간 경쟁이 뜨겁다.
세자치단체의 양보없는 대립은 단순한 명분 싸움이 아니라 그 이름 밑에 막대한 실리가 깔려있는 ‘땅빼앗기’로 봐야 한다. 이들 지자체는 매립지가 자신의 행정구역으로 편입되는 순간 인구가 급증하고 간척지 내에 조성될 각종 시설로 인해 세수도 엄청나게 늘어나는 등 거대한 이권이 새로 생긴다고 믿고 있다. 땅 싸움이 치열한 배경이다.
이들은 이미 새만금방조제 3·4호 구간을 놓고 일합을 겨뤘다. 방조제(14.1㎞)와 다기능 부지(195㏊)를 둘러싼 첫 다툼에서는 일단 군산시가 승리했다. 이로써 토지전쟁이 잠시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들 시·군의 야심은 ‘1·2호 방조제’에 쏠려 있었다.
이들 지자체들은 중앙분쟁위원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원회 결정이 1∼2호 방조제만의 ‘주인’을 정하는 절차지만 향후 안쪽 ‘금싸라기’매립지 분할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만금 1·2호 방조제는 그야말로 새만금 전체 면적에 있어서 ‘노른자 땅’이다. 새만금 1·2호 방조제는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로(옛 대항리)∼군산시 가력도∼신시도를 연결하고 있다. 이 일대 매립지에는 신항만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용지, 복합도시용지, 농촌도시용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이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신재생에너지단지가 들어 있다. 특히 ‘2호 방조제’는 복합도시와 신재생에너지 용지, 미래융합기술산업권역, 녹색·첨단산업권역 등 ‘알짜’에 해당한다. 지역 경제적 효과는 수조 원대를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야말로 새만금의 ‘황금 땅’이다.
자료 = 대법원
이번 다툼의 핵심은 새만금방조제 1·2호 구간 관할권 획정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다. 군산시는 3·4호 방조제에 이어 1·2호 해상경계선으로 관할권을 결정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김제시는 행정구역 획정 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부안군은 김제시와 같은 행정구역 획정을 주장하면서 생활권과 균형발전론을 앞세우고 있다.
군산시 주장대로 해상경계선 기준이 적용되면 새만금 전체 간척지 가운데 71.1%가 군산시의 몫이 되고, 김제시와 부안군은 각각 15.7%와 13.2%만을 차지하게 된다. 방조제의 경우도 전체 33km 가운데 군산시가 94%에 달하는 29.3km를 갖게 되고 나머지 4.7km는 부안군의 몫이 된다. 김제시는 아예 해안선 자체가 지도에서 사라져 해상 접근성이 없는 ‘내륙 지자체’가 된다.
반면에 김제와 부안은 주민생활권과 앞선 대법원의 3·4호 방조제 귀속 결정 논리를 고려할 때 방조제와 매립지를 인근 지자체에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이런 기준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면 새만금의 1호 방조제는 부안군에, 2호 방조제는 김제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1호와 2호 방조제가 각각 김제와 부안으로 귀속되면 새만금 간척지는 3개 시·군이 25~39%씩을 나눠 갖게 된다.
그러나 김제시와 부안군은 신항만이 있는 ‘2호 방조제’를 얼마나 가져갈지를 놓고서는 입장이 크게 갈린다. ‘2호 방조제 구간’은 산업단지와 과학연구단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서는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돼 이 땅을 누가 얼마만큼 가져갈지는 앞으로의 지역발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유지되면 김제시는 매립지가 종전의 15.7%에서 37%로 배 이상 늘고, 한 뼘도 차지하지 못할 뻔한 방조제도 10km 이상 확보하게 된다. 부안군이 행보를 같이 하면서도 김제시가 영토분배 논의를 주도할 경우 정작 실익을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의심의 눈초리로 김제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렇게 세 자치단체가 갈등하는 사이 갖가지 후유증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시·군과 주민들은 몇 년째 가력도~비안도 간 여객선 운항 여부를 놓고 충돌하는 등 대립과 마찰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비안도 주민들은 25~30톤급 소규모 여객선 운항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8월 가력항 소유권자인 농식품부에 선착장 사용승인을 신청했지만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북도는 1~2호 관할권을 신속히 결정해줄 것을 행안부에 건의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상태다. 가력항 소유권자인 농식품부도 가력항 관리권을 갖는 ‘행정구역이 정해져야’ 선착장 사용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섬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새만금을 둘러싼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머잖아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를 상대 지자체가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자체 간의 법정 공방이 지난 3·4호 방조제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세종시의 전례를 들어 3개 자치단체를 ‘새만금 특별시’로 통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전북도당 위원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새만금을 전북도에 속하지 않는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땅 싸움’이 행정 개편의 촉매제로 작용할지 흥미롭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