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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계의 지존이라 불리며 근 30년간 최고의 자리를 누리고 있는 임성훈의 경우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단독MC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와 함께 진행을 하다보면 자연히 옆 사람을 배려해야하기 때문에 자칫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상 ‘나홀로 진행’을 할 수 없는 경우엔 임성훈은 유독 여자 아나운서들과 프로그램을 많이 맡는다. 워낙 베테랑 진행자이기 때문에 옆에서 코너 정리를 하는데 능한 여자 아나운서들이 그에게는 찰떡궁합인 것이다.
하지만 그한테도 꺼려하는 진행자가 있다. 입담이 좋다 못해 지나쳐서 나설 곳 안 나설 곳에 마구 들이대는 소위 애드리브의 대가들과의 진행은 그리 선호하지 않고 있다. 임성훈이 워낙 애드리브보다는 진행 대본이나 제작 방향에 충실한 진행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근 30년 동안 녹화 2시간 전에 와서 담당 작가와 충분한 대본 숙지를 한 뒤에 녹화에 들어간다. 그런 임성훈의 성향 탓에 튀는 진행자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남희석의 경우엔 MC로서 색깔이 달라진 경우다. 개그맨 출신인 남희석은 전형적인 오락프로그램의 진행자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또 다른 변화의 시도일까. 그는 서서히 교양프로그램의 진행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번 설 방송에서도 그는 MBC <꼭 한번 만나고 싶다> 특집을 비롯해 KBS <신동천하>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게다가 <신동천하>는 당일 KBS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희석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락프로그램의 MC로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다. 진행 대본에 충실한 임성훈과 달리 남희석은 현장 애드리브에 무척 강하다. 어떤 경우에는 진행 순서조차 뒤바뀌는 경우가 발생한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비타민>의 정은아, KBS 설 특집 <신동천하>를 진행하는 남희석과 김보민, SBS <동물농장>의 윤현진, 신동엽, 정선희. | ||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SBS <동물농장>의 경우 신동엽을 캐스팅할 당시만 해도 대형 쇼프로그램만을 진행하던 그가 교양프로그램의 진행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당시 신동엽을 자신의 역할이 절대적인 버라이어티에 어느 정도 염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전체 내용 중 절반 이상을 VCR이 차지하는 동물농장의 섭외가 들어오자 너무나 환영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여자 진행자로는 대단한 입담의 소유자 정선희와 여자 아나운서가 포진되어 있었던 터. 정선희가 애드리브에 강하고 솔직한 입담가임에는 분명하지만 과연 신동엽과의 호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였다. 자칫 정선희의 화려한 입담이 신동엽의 애드리브에 묻혀버릴 수도 있고, 신동엽의 화려한 애드리브가 정선희의 입담에 가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 자칫 동물 다큐멘터리 정도쯤으로 치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각각의 애드리브와 입담으로 재미있게 포장되었다. 게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빠질 수 있는 개그맨들의 애드리브를 윤현진 아나운서가 정리해줌으로써 교양프로그램답게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시작한지 4~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농장>은 여전히 일요일 아침을 평정하고 있다.
‘여자 임성훈’으로 불리며 10여 년간 안방극장을 점령한 정은아의 경우는 아나운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버라이어티와 교양프로그램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경우다. 콤비를 이루는 진행자들도 MC 출신의 김승현부터 연기자 출신의 류시원, 강병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개의 여자 아나운서 출신들이 화려한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개그맨 출신 진행자에 가려져 있는 반면 정은아는 상대 진행자가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그에 맞게 척척 진행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제작진들 대부분은 상대 MC가 누가 되든지 가장 콤비효과가 뛰어난 MC로 정은아 아나운서를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