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신혜가 모델로 나선 ‘엘리프리’ 광고 이미지. | ||
얼핏 생각하면 미모와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속옷장사’에 나선다는 사실이 납득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유행을 타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일반 패션시장과는 달리 속옷 브랜드는 아직 경쟁자도 없고 개척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는 것이 연예인들의 평이다. 현재 주병진을 비롯해 황신혜, 박정수, 토니안 등이 속옷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연예인 속옷브랜드의 ‘원조’는 개그맨 주병진이다. 주병진은 지난 91년 패션 속옷브랜드 ‘제임스 딘’을 내놓으며 속옷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병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자신이 직접 속옷모델로 나서는 ‘티저광고’를 선보이고, 공격적 경영을 펼쳐 ‘좋은 사람들’을 1000억 원대 중견 내의업체로 키웠다.
90년대 주병진 이후에 끊긴 연예인 속옷브랜드는 21세기에 들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에 앞장선 사람은 다름 아닌 미시 탤런트의 대명사 황신혜와 중견탤런트 박정수다. 황신혜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한 ‘황신혜 엘리프리’를 홈쇼핑에 판매하고 있다. 박정수도 50대의 나이에 걸맞게 40~50대 시장을 겨냥한 기능성 속옷브랜드 ‘수안애’를 지난달부터 선보였다. 지난달 GS홈쇼핑 론칭판매에서 45분 만에 매진된 박정수의 브랜드는 현재 회당 3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남성도 아닌 여성 연예인이 속옷브랜드에 나설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는 무엇보다도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들고 있다. 노출이 금기시됐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연예인의 노출조차도 패션으로 인정하며 속옷브랜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 황신혜와 박정수도 지난해부터 각각 화보집 ''STYLE BY CINE''와 피트니스 책자 ''이너 뷰티''를 차례차례 출간했다. 화보집을 통해 몸매와 패션을 자연스럽게 선보임으로써 속옷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사전작업을 벌인 셈이다.
▲ 박정수의 ‘수안애’ 광고 이미지. | ||
약점도 없지는 않다. 홈쇼핑 특유의 ‘저가상품’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홈쇼핑 이미지는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연예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화·고가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황신혜는 “연예인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제품의 질이 따라주지 못하면 금세 소문이 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수는 “내 이름을 달고 나가기 때문에 싼값에 팔고 싶지는 않다. 대충 만들어서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출’ 이미지도 속옷 브랜드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상품 성격상 연예인의 이미지가 ‘노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속옷브랜드에 도전하는 연예인은 아직 황신혜나 박정수 등 40~50대의 중견연예인에 그치고 있으며, 이미지를 먹고사는 젊은 연예인들은 아직 꺼리는 분위기다. 황신혜도 자신의 사진을 카탈로그에만 노출시키고 적극적인 판촉홍보 활동에는 나서지 않는 등 ‘품위유지’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 박정수의 경우는 홈쇼핑 프로그램에 반드시 출연해 직접 설명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정수는 “평소 가만히 앉아있는 타입이 아니다. 홈쇼핑에서도 언젠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나가서 속옷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할지도 모르겠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속옷 브랜드뿐만 아니라 모든 상품도 마찬가지만 연예인의 적극적 참여가 성공을 보장한다. 연예인 이름만 걸어놓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박정수는 “연예인 브랜드의 경우 잘 안 되면 해당 연예인이 오히려 명예가 실추되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속옷브랜드 판매담당자도 “연예인 효과는 쉴 새 없이 채널을 돌아가는 소비자의 리모콘을 잠깐이나마 멈추게 하는 정도”라며 “스타의 이미지와 제품이 제대로 결합되면 시장 진입이 수월하고 성공가능성도 높지만, 부업 차원에서 하는 연예인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종원 스포츠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