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이 대디>는 강한 ‘남성성’을 갖춘 고등학생 ‘승석’(이준기 분)과 평범하고 소심한 30대 가장 ‘가필’(이문식 분)의 이야기로 딸의 복수를 꿈꾸는 가필이 승석에게 ‘남성성’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성’을 상징하는 매개물이 스포츠의류 업체 A 브랜드입니다.
우선 남성성이 강한 ‘승석’ 역할의 이준기는 영화 내내 A 브랜드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다만 그 위에 겉옷을 껴입어 브랜드 명이 절반가량만 노출되는데 이는 강한 남성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승석의 캐릭터와 맞아 떨어집니다. 반면 ‘가필’ 역할의 이문식은 영화 중반부까지 ‘평범과 소심’을 표현하는 양복과 촌스런 체육복으로 일관합니다. 그런데 이문식 역시 남성성이 극대화되는 종반부에선 A 브랜드 제품과 가까워집니다. 특히 마을버스와의 마지막 스파링을 앞두고 신발 끈을 고치는 장면에 등장하는 A 브랜드가 눈길을 끕니다. 물론 승리는 ‘A 브랜드 맨’으로 거듭난 이문식의 몫.
‘최후의 승부’는 한 편의 CF입니다. 이문식이 입은 ‘가운’부터 ‘복싱장갑’, 그리고 ‘사각의 링’까지 온 화면이 A 브랜드로 가득 채워집니다. ‘양복차림의 아저씨’가 ‘A 브랜드 맨’으로 거듭나 악을 물리친다는 게 이 영화의 주제인 셈이지요.
이처럼 영화의 주된 상징을 PPL 용품으로 활용하다보니 관객 입장에선 영화 몰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최종태 감독은 “제작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며 “보시기 불편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얘기합니다.
영화 <플라이 대디>의 보도 자료에는 모두 여덟 장의 스틸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영화 속에 A 브랜드가 자주 노출됐는지 이 가운데 절반인 네 장은 A 브랜드 광고로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 같은 무리한 PPL이 어쩌면 스크린쿼터 축소처럼 눈에 보이는 적보다 더 큰 경계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