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사진기자단 | ||
우선 그가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 제작진은 갑작스런 결혼 발표에 후임 진행자 섭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아나운서국 내부에선 결혼 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프로답지 못하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하지만 만남부터 결혼까지 워낙 급속도로 진행된 까닭에 결혼 발표도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시댁이 재벌가라는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평소 스타 아나운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선 재벌가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못마땅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여자 아나운서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기 위한 직업 정도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 물론 의도적으로 재벌가 며느리가 되려 했던 것이 아닌 만큼 이 부분 역시 일부의 우려일 뿐이다.
문제는 노현정에게 몰려드는 취재진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취재진에 대한 KBS의 ‘노현정 과잉경호’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노현정은 아나운서국에 결혼 사실을 정식 보고했고 다음날 오전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보도됐다. 이후 언론의 취재 경쟁이 시작돼 9일 새벽 4시경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KBS로 몰려들었다. 노현정은 KBS 1TV <뉴스광장> 진행을 위해 보통 새벽 4시경에 출근한다.
우선 KBS는 노현정에게 지하주차장을 제공했다. 지하주차장은 부장급 이상만 주차할 수 있으나 KBS는 노현정을 취재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사용을 허가했다. 노현정이 자신의 흰색 NF쏘나타 차량에서 내리자 이번에는 10여 명의 청원경찰이 둘러싸 취재진과의 접촉을 막았다. 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입구부터 3층 보도국까지 청원경찰들이 배치돼 취재진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이날 청원경찰은 하루 종일 노현정을 따라다녔다.
이렇게 지나친 경호가 이뤄지자 KBS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나운서에게 이 같은 특급경호가 이뤄진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아나운서가 아닌 재벌가 며느리이기 때문인 듯하다”는 한 아나운서의 얘기가 이를 대변한다.
취재진에 대한 지나친 경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날 노현정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KBS로 몰려든 것은 새벽 두세 시경부터다. 모기와 싸우며 밤을 새우다시피한 취재진은 KBS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이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KBS 내부 관계자들 사이로 확대됐다.
취재 현장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통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KBS 보도국 기자들이나 연예정보 관련 프로그램 제작진 역시 매한가지. 방송국에 출연하는 연예인도 아닌 동료 사원을 보호하기 위해 취재진을 과잉 통제하는 조치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KBS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KBS는 취재 목적으로 방송국을 출입하려는 취재진에게 취재 협조 공문 발송을 요구하고 있다. 취재 대상인 방송국 관계자와의 협의만으로 출입 및 취재가 가능한 MBC·SBS와 달리 KBS는 철저한 보안을 위해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있었던 <상상플러스> 녹화에 대해 KBS 홍보실은 공문을 발송해도 취재가 안 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타 방송국보다 엄격한 출입요건은 재벌가 며느리가 되는 사원을 취재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냐”는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국 일각에서 스타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구별이 모호해진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현정에 대한 KBS의 조치가 내부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도에 지나친 경호가 재벌가 예비며느리에 대한 KBS의 자발적인 배려로 비치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이미지에도 적잖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