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국내 배급 업계의 양대 산맥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등 대기업 계열 배급사가 예술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할까. 지난 1년 사이 개봉돼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예술 영화 10편의 배급 현황을 살펴봤다.
블루스톰에서 제작한 <가족의 탄생>의 경우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을 맡았다. 문소리 엄태웅 공효진 등 호화 출연진이 출연해 다행히 대기업의 눈에 든 것이다. 상업성보다 작품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 <러브토크> 역시 배종옥 박진희 등 탄탄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게다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두루 제작하고 있는 LJ필름이 제작을 맡아 대기업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LJ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는 <피터팬의 공식>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이며 예술영화 부흥에 나름의 역할을 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이외에도 김유석 김호정 주연의 <모두들, 괜찮아요?>의 배급까지 맡아 경쟁사인 쇼박스와 달리 예술영화 부흥에 나름의 역할을 소화해왔다. <한반도>로 520여 개의 스크린을 독점한 CJ엔터테인먼트 대신 <괴물>로 620여 개의 스크린을 독점한 쇼박스에 비난이 집중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급 배우의 출연이 무조건 대기업의 구미에 맞는 것은 아니다. 성현아가 출연하고 세계적인 거장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시간>은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 스폰지가 배급했고 한석규 이문식 오광수 등이 출연한 <구타유발자들>은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괴물>을 제작한 청어람이 담당했다. 사실 배급사로서 청어람은 <극장전>
<내 청춘에게 고함> <비단구두> <신성일의 행방불명> 등 인디 영화로 분류되는 예술 영화는 자체 배급 내지는 예술 영화 전용 배급사가 배급을 맡았다. 그 결과 <내 청춘에게 고함>만 ‘1만 관객 신화(?)’를 세웠을 뿐 다른 영화는 수천 명의 관객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예술 영화의 대부분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고 있다. 대기업이 상업 영화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동안 국민의 세금이 대신 예술 영화를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