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이른바 ‘나가요 걸’로 등장하는 장진영. 욕과 고스톱으로 제대로 망가지며 열연했단다. 16일 기자간담회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포스터는 마음에 들어요. 우리 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 실제 머리끄덩이 붙잡고 막무가내로 싸우는 장면도 두 번이나 나와요.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인 만큼 망가지는 게 정신적으론 어렵지 않았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낄 만큼 신체적으로 힘들었어요. 다만 남자 몸 위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서 싸우는 장면은 조금 민망하네요.”
‘파격’의 시작은 ‘망가짐’이다. 여배우의 변신 가운데 가장 흔한, 그러나 가장 강력한 변신 코드는 단연 ‘망가짐’이다. ‘삼순이’ 김선아가 그렇고 요즘 인기 만발인 ‘순애씨’ 박진희, 그리고 곧 망가질(?) 고현정까지.
다만 드라마를 통한 ‘망가짐’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여기에서 장진영의 망가짐이 차별성을 갖는다. 드라마에서 표현할 수 없는 수위까지 망가질 수 있기 때문. 장진영이 <연애참>에서 맡은 역할은 룸살롱 나가요 걸인 ‘연아’. 파티쉐(김선아) 스튜어디스(박진희) 여기자(고현정)가 아닌 ‘나가요 걸’의 망가짐이다보니 분명한 차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별히 나가요 걸에 맞춰 연기나 의상 등을 준비한 것은 아니고 ‘연아’라는 캐릭터에 맞춰 준비했어요. 다만 룸살롱에서 아가씨들이 남자 손님들과 어울려 노는 장면은 별도로 준비해야 했어요. 룸살롱은 동네와 가격에 따라 노는 수위가 천차만별이라 들었어요. 감독님과 끊임없이 상의하며 가장 적절한 룸살롱에서 노는 장면을 완성시켰어요.”
결국 촬영 현장에서 장진영은 고스톱 과외를 받아야 했다. 기본적인 게임 방법은 쉽게 배웠지만 손맛을 보여주는 데 어려움이 컸다. 패를 내려치는 손목 스냅이 자연스럽게 수없는 반복 연습이 필요했다. 너무 열심히 연습해서일까, 영화 메이킹 필름을 함께 본 김제동은 “이번에 처음 배웠다는데 손목 스냅이 최소한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나오는 경지”라는 말까지 했다.
고스톱만 배운다고 망가짐으로 무장한 나가요 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망가지기 위해서는 능수능란한 ‘욕 회화’ 실력이 절실하다. 여기에는 장진영의 표현대로 ‘욕에 조예가 깊은’ 김해곤 감독과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김승우의 도움이 컸다. 그냥 이들 두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욕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장진영도 촬영 중반부턴 욕으로 애드리브를 날릴 정도의 경지에 올라섰다. 김 감독이 장진영을 ‘욕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난 배우’라 평가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