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수가 영화 <타짜>를 통해‘도박판의 꽃’으로 변신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노출과 배우의 연기력의 상관 관계를 하나의 함수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배우는 노출을 기피하지만 연기력이 뛰어나고 또 어떤 배우는 노출만 할 뿐 연기력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런데 김혜수만큼은 일정한 함수 관계로의 표현이 가능해 보인다.
올해 서른여섯 살, 데뷔 21년차 중견(?) 배우인 김혜수는 20대 초반의 후배 여배우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망각한’(?) 미모와 섹시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데뷔 이래 20여 년 동안 김혜수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1년 이상 작품 활동을 쉰 적이 없고 별다른 스캔들에 휘말린 경우도 없다. 따라서 20여 년 동안 전성기를 이어간 진정한 톱스타인 셈이었다.
그러나 한계점은 분명 있었다. 그가 30대 초반이던 2000년이 바로 그런 시기다. “20대 내내 제게 들어온 시나리오는 ‘로맨틱 코미디와 에로물’, 딱 두 가지였어요. 이런 까닭에 20대 시절 필모그래피의 상당수가 로맨틱 코미디가 되고 말았죠. 30대에 접어들면서 어떤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더라고요.”
그가 시상식장에서 극도로 노출이 강조된 의상을 입기 시작한 시점 역시 이 즈음이다. 20대 시절 그는 ‘노출 기피증’ 여배우의 대표 주자였다. 물론 20대 시절에도 그는 최고 몸매의 여배우였지만 이를 ‘건강미’로 연결시킬 뿐 ‘섹시미’로 귀결짓는 걸 극도로 회피했다.
변화의 기운은 2001년 작 영화 <신라의 달밤>을 통해 시작했다. 이성재와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키스신을 촬영한 것. 바로 다음 해 옴니버스 영화의 일부인 단편이지만 공포 영화 <쓰리>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운을 보여준 김혜수는 2002년 <얼굴없는 미녀>를 통해 한계점을 전환점으로 변화시켰다.
▲ 김혜수의 팬티가 살짝 보이는 예고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
너무 노출에만 관심이 집중되자 김혜수는 기자들에게 “몸 말고 영화에 주목해주세요”라며 노출 자체보다 작품성에 의미를 가져 달라고 항변했다. 그런 와중에도 “베드신뿐만 아니라 샤워신도 화끈해요”라는 위트도 잊지 않았다. 데뷔 이래 18년 동안 갖고 있던 노출에 대한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굴없는 미녀>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출연을 결정한 최초의 작품이었어요. 그만큼 <로드무비>를 만든 김인식 감독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거든요. 노출, 부담이 됐지요. 하지만 남성적인 시각의 영화에서 일차원적인 여배우의 노출이 아닌 여배우의 눈으로 그려지는 영화에서의 노출이라 나름의 쾌감이 있었어요. 그동안의 모든 연기를 한 번에 뒤엎어 버린 기분이었거든요.”
<얼굴없는 미녀>는 그에게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김혜수의 이름 앞에 ‘연기파 배우’라는 호칭을 굳건하게 해줬다.
이번에는 악역 연기다. “최초로 노출 연기를 감행한 <얼굴없는 미녀>는 시나리오도 안보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타짜>는 한 달이나 고민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최동훈 감독님에 대한 믿음, 탄탄한 시나리오의 매력이 돋보였지만 나와 너무 다른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거든요. 지금은 제대로 된 악역 연기를 해봤다는 게, 그것도 ‘도박장의 꽃’이 되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아직까진 결혼 계획이 없다는 김혜수. 그를 아끼는 팬 입장에선 영원히 만인의 연인이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의 행복한 결혼 소식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