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서부터)KBS<연예가중계>, SBS<생방송TV연예>, MBC <섹션TV 연예통신>, | ||
연예 리포터하면 가지게 되는 고정 관념들, 예를 들면 스튜디오에서의 천편일률적인 멘트 그리고 인터뷰에서의 뻔한 질문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달라지는 연예계 풍속도만큼이나 변화하는 연예 리포터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튀어야 산다!
몇 년 전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당시 조류인플루엔자방지협회와 몇몇 연예인들이 손잡고 닭을 안심하고 먹자는 취지의 행사를 개최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연예인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한 치킨체인점에서 개최된 이날 행사에는 각 방송사의 <9시 뉴스>를 비롯해 수많은 매체들이 운집해 취재 경쟁을 벌이는 등 행사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하지만 이날의 압권은 다름 아닌 필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코미디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나 나올법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결된 닭 인형을 쓴 채 취재에 임했던 것.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르는 행사의 특성상 재미있게 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었는데 반응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지나가던 일반인은 물론이고 인터뷰에 응한 연예인들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참으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행사 다음날 각종 매스컴에는 관련 뉴스마다 내 모습이 소개됐고 심지어 나를 조류인플루엔자방지협회 마스코트라고 소개한 매체도 있었다. 그때부터인진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리포터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 혹은 엉뚱한 상황으로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일이 매우 잦아진 듯하다. 소식의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의 적당한 오버(?)가 양념 역할을 한다고 해야 하나? 하긴 점잖은 말투에 점잖은 차림으로 마치 아나운서를 보는 듯한 구닥다리 스타일은 리포터인 나도 지겹다.
▲ 박진희(왼쪽),최윤영 | ||
취재 현장에서의 이른바 ‘들이대기’는 연예 리포터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몸을 사렸을 법한 일도, 또 미안해서 꺼리게 되는 질문도 ‘들이대기’ 앞에선 꼼짝할 수 없다. 각종 시상식장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여자 리포터의 맹위는 남자 기자 못지않고 기자회견장에서의 독한 질문 역시 연예 리포터가 신문 기자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는 엄청나게 많아진 연예 정보 프로그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포터들이 체득한 취재 방법일 수 있고 자신을 알리기 위한 생존전략일 수도 있다.
필자 또한 배용준에게 독도 관련 질문을 직접적으로 물어봤다가 호된 비난을 받았고 대종상영화제에선 보디가드들의 팔꿈치 가격에 시퍼런 멍을 부상으로 얻은 기억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프로복싱자격증을 땄던 탤런트 이훈에게 겁 없이 스파링을 신청해 며칠 동안 앓아 누웠던 경험도 있다.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냐고?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어쩔 수 없는 내 일이라고.
스타 등용문?
김생민 조영구 류시현 등 연예 리포터 1세대에 이어 어느덧 2세대 3세대들이 탄생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연예인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연예 리포터가 매우 인기 높은 직종이라고 한다. 연예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신인들에게 자기 자신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그 이유인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예인에게 독한 질문을 던졌다가 면박당하는 일도 많으며 취재 현장에서 쪼그리고 앉아 몇 시간씩 기다려야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일 등 이 일도 나름 3D업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연기를 꿈꾸는 신인들이 연예 리포터를 하나의 방송 등용문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은데 실력이 없으면 금세 도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예 리포터 생활을 잘 해나갈 경우 스타의 위치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영화배우 박진희를 비롯해 탤런트 최재원 서민정 김동현 또 떠오르는 신예 윤지민 아나운서 최윤영 등도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스타들이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