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중이 일요신문 독자들에게 한가위 인사를 전해왔다. | ||
그런데 요즘 김아중은 자신의 완벽한 S라인을 제쳐두고 뚱녀로 변신해 스크린 정복에 나섰다.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은 ‘미녀’와 ‘뚱녀’로 동시에 출연한다. 물론 분장을 통해 뚱녀 연기에 도전한 여배우는 김아중이 처음은 아니지만 기존에는 잠깐 등장하는 수준이 전부였다. 반면 김아중은 출연 분량의 30% 이상을 ‘뚱녀’로 등장해 본격적인 뚱녀 연기를 시도하는 최초의 여배우가 될 전망이다.
“처음엔 분장하는 데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조금 익숙해지면서 네 시간, 세 시간 반으로 줄었지요. 한창 더울 때 ‘뚱녀’로 분장해 촬영했는데 너무 더워 분장한 인공 피부 안에 땀이 고여 있다가 소매를 들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였어요.”
어려움은 더위뿐만이 아니었다. 우선 분장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분장 과정에서 몸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뒤틀리면 숨을 쉬기 곤란해져 서너 시간을 부동자세로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한번 분장하면 평균 18시간에서 20시간을 뚱녀로 분장한 채 연기에 임해야 했다. “할리우드 분장팀이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한정돼 그 기간 동안 모든 촬영을 마쳐야 했어요”라는 김아중은 “한번은 38시간 동안 뚱녀로 분장한 채 촬영을 계속한 적도 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화장실. 분장 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릴 정도라면 심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쉽사리 물을 마실 수 없었던 이유는 최대한 화장실을 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 한 번 화장실에 가려면 족히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여성 분장팀원과 함께 화장실을 가야 했다.
“몸이 힘든 것은 하나의 과정으로 참을 수 있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표정 연기가 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얼굴 근육을 움직여야 비로소 원하는 표정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기쁜 일은 이게 다가 아니다. 무명 시절이던 지난 2001년 김아중은 3인조 여성 그룹 멤버로 선발돼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중 음반사 사정으로 그룹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100㎏이 넘는 몸무게의 뚱녀가 성형수술을 통해 섹시 여가수로 변신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뚱녀와 섹시 가수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김아중은 자연스럽게 무산된 가수 데뷔의 꿈도 이루게 됐다.
▲ 영화 현장공개에서 포스터 앞에 선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가수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얘기. 그래도 이번 영화에선 역할이 가수인지라 OST 작업에도 참여해 4~5곡 정도를 부를 예정이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곧 앨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영화 속 뚱녀는 성형수술로 완벽한 S라인을 구축했고 김아중은 고된 분장 연기로 체중을 6kg이나 줄여 더욱 탄력 있는 S라인을 완성했다. 완벽한 S라인에 매력적인 얼굴을 감안할 때 동료 남자 연예인들의 작업이 끊이지 않을 듯하다.
“안 믿으실 것 같지만 정말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어요. 작업은커녕 휴대폰 번호 알려달라는 남자 연예인도 단 한 명 없던데요. 아마 제가 조금 차가워 보이나봐요. 새침데기처럼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번 부분은 김아중이 연예계 생활을 하며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연예인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는 게 일반인의 가장 큰 편견이며 이것이 해당 연예인에겐 상처가 된다.
“모두가 제가 의도한 대로 봐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 진심을 모두에게 말하고 다닐 수도 없고. 아직 스캔들이나 말 실수가 문제가 된 경우는 없지만 ‘너무 자신감 넘친다’ ‘왠지 사치가 심할 것 같다’는 등 이상한 편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뿐만 아니다. 드라마 <해신>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오른 그를 보며 너무 급성장하는 데에는 뭔가 특별한 배경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뒤따랐다. 아버지가 방송국 PD라는 얘기가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실제 김아중의 아버지는 방송국 PD가 아니다.
“밑에서부터 꾸준히 노력해 어렵게 지금껏 성장해온 것인데 최근 모습만 보고 그런 얘길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커요. 그만큼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항상 노력하며 변화하는 배우, 끊임없이 필요한 늘 신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