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 ||
제주도에서 영화배우 김정은을 인터뷰했을 때의 일이다. 화보 촬영차 제주도를 방문한 김정은을 수많은 카메라가 뒤따랐고 우리도 하루 종일 그녀를 따라다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얇은 여름 의상을 입고 촬영에 임해야 하는 만큼 쉽게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또한 긴 촬영으로 늦어진 식사시간에도 해수욕장 구석 바위 위에 앉아 스태프들과 자장면을 함께 먹는 소탈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예민해진 표정을 지으며 개인 밴 차량에 들어가 혼자 식사하는 대개의 여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인터뷰 잘 해주기로 소문난 배우인데 언제나 웃음과 재치 발랄한 답변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기로 유명하다. 남자친구 관련 질문도 전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유쾌한 농담도 자주 건네는 정말 솔직하고 털털한 배우다. 의리 있는 연예인으로도 유명한데 왜 얼마 전에 연예계 이색통계에서 ‘결혼식장 최다방문하객’으로까지 선정되지 않았나?^^
터프가이 최민수도 종종 나를 놀라게 한다. 항상 날 긴장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때론 정말 애기 같고 때론 자상한 오빠(?) 같은 모습도 보여주곤 한다.
얼마 전 디자이너 하용수의 패션쇼에 부인과 함께 모델로 선 그를 인터뷰할 당시의 일이다. 사실 쇼가 시작되기 전에는 정신없이 분주해 인터뷰 시간 내기가 무척 힘든데 그날따라 최민수는(애처가인 만큼 부인과 함께여서일 거란 생각이 들지만^^) 기꺼이 우리를 위해 20여 분이 넘는 시간을 허락해줬다.
부인과 함께 무대 위에서 예쁜 포즈나 재밌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나의 부탁에 최민수는 “그거 좋겠다”며 환호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그럼 500원만 줘!”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 인터뷰 도중 카메라 위치를 바꾸려 자리를 옮겨 앉는 카메라 감독에게 갑자기 “어! 어! 어~~!”라며 버럭 소리를 질러 주위를 긴장케 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자리를 옮긴 카메라 감독이 최민수가 마시던 커피 잔을 깔고 앉았던 것이다. 그러자 최민수는 직접 카메라 감독의 옷에 쏟아진 커피를 휴지로 닦아주며 ‘입김’으로 말려 줘 취재진을 감동케 했다.
▲ 최진실(왼쪽), 다니엘 헤니 | ||
이제 한국말을 70% 이상 이해한다는 다니엘 헤니는 인터뷰 도중에도 최대한 한국말로 대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하는 자세가 조각 같은 얼굴보다 더 멋져 보이는 건 당연한 일. 다만 “졸리지 않아요?”라고 물은 그가 곧이어 “밥은 먹었어?”라며 반말을 건네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다.^^ 암튼 쌩유 다니엘~
지난해 드라마 <장미빛 인생>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최진실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의 일도 기억난다. 워낙 톱스타인지라 많이 긴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준비한 질문들을 채 묻기도 전에 목 상태가 안 좋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는 게 아닌가.
사실 배우의 몸 상태를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그날은 최진실의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었던 터라 기억에 남는다. 매니저를 통해 정중하게 인터뷰를 거절한 뒤 일일이 직접 우리 스태프 전원에게 사과의 인사를 전해왔다. 아픈 목에도 불구하고 “귀찮아서가 아니라 안 좋은 목소리로 인터뷰하는 게 실례일까봐 그런다”며 다음 날로 인터뷰 약속을 미뤄달라고 부탁해왔다. 약속대로 바로 다음 날 좋은 컨디션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를 바라보며 ‘프로는 진정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스타들의 권위 의식을 접할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그래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스타들이 있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앞으로는 사람 냄새 나는 스타들과 만남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