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2시경 기자에게 도착한 정체불명의 이메일 제목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발송하는 영화 홍보 관련 이메일이야 자주 접해봤지만 개인 명의로 발송된 CJ 사내 메일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영화 <중천>을 특정 예매 사이트에서 구매할 경우 1인당 두 장씩 회사에서 비용을 정산해 준다는 것. 영화계에 나돌던 대기업 계열 영화사의 직원 상대 영화표 할당, 예매율 상승을 위한 표 사재기 등의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으로 보일 수 있다. CJ 계열사 3500여 명의 직원들에게 발송돼야 할 사내 메일이 누군가의 실수로 영화 담당 기자들에게 발송된 것이다. 이메일은 곧 차단됐다. 기자들의 이메일 수신함에 이미 도착한 이메일을 회수할 순 없지만 기술적으로 차단해 ‘X’ 표만 나올 뿐 내용을 볼 수 없게 만든 것.
이에 대해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적극적인 해명으로 맞섰다. 홍보팀 조장래 부장은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문화행사로 다른 대기업의 직원 대상 자사 제품 이용 권유와 비슷한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영화 흥행의 기준이 보통 10만 명 단위임에 비해 계열사 직원은 3500여 명으로 참여율도 높지 않아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다른 대기업의 경우에도 자사 제품을 구입할 경우 큰 폭의 할인율을 보장해주고 있고 회사 복지비용을 이용해 유사한 문화 행사를 갖기도 한다. 또한 계열사 전 직원이 1인당 두 장씩 영화표를 예매할 지라도 7000장으로 흥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수치는 아니다.
▲ 영화 <중천> 기자 시사회 현장. 오른쪽부터 정우성 김태희 허준호.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중천>은 한국형 무협 판타지 영화로 1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블록버스터다. 지난 몇 년 새 한국형 무협 판타지를 표방한 영화들이 상당한 기술적인 발전을 이뤄낸 것이 분명하나 영화의 완성도에선 아쉬움이 많았다.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중천>까지 흥행 성적이 저조할 경우 더 이상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제작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이런 까닭에 예능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하지 않던 김태희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나서 적극적으로 <중천>을 홍보하고 있다. 다만 지난 15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중천>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겁지 않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