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핵심 참모의원 40여 명과 함께 워크숍을 가졌다. 김원기 정치고문, 문희상 대선기획단장, 천정배 염동연 정무특보, 정동채 비서실장, 이강래 정세균 의원 등 대선기획단 6개 분야 기획실장, 배기선 기조위원장, 이낙연 대변인 등 최측근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개혁을 위한 저비용 선거 구현 방안, 선대위 구성시기 및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이날 워크숍을 통해 노 후보는 오는 8월 말까지 대선 선대위를 구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노 후보는 8·8재보선 이후 조건없이 재경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해 놓았다는 점에서 워크숍 이후 8월 말 선대위 구성 계획을 발표한 것은 어찌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재경선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시간에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재경선을 하자는 주장이 있고, 도전자가 나타나면 재경선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 차원에서 대선을 준비하는 스케줄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 후보의 측근들은 대체로 ‘재경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도전자가 나타나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재경선이 이뤄지면 오히려 더 좋은 것 아니냐”며 “도전자를 제물로 삼아 제2의 ‘노풍’을 일으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노 후보 측근들이 이토록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노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지방선거 이후 노 후보는 공식일정을 대폭 줄였다”며 “그렇다고 후보가 한가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만나야 할 사람은 대부분 거의 다 만났다”며 “유독 한 사람(이인제 의원을 지칭하는 듯)만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 이후 노 후보는 자신에게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혹은 삼삼오오 접촉해왔다”며 “당직과 상임위원장 임명과정에 한화갑 대표와 상의 끝에 반노진영에 서 있던 인사들을 상당수 끌어안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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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1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서울시내 한 호텔 에서 정책자문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 후보는 다음날 워크숍에서 8월 말까지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준선 기자 | ||
노 후보가 우선적으로 접촉한 인사는 한광옥 박상천 두 최고위원이었다. 노 후보는 한광옥 최고위원과는 두 차례에 걸쳐 오찬과 만찬을 함께 하며 협조를 구했다.
한 위원은 노 후보에게 “무엇보다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충청권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껴안아야 한다”고 충고했다는 후문이다. 두 차례에 걸쳐 노 후보로부터 간곡한 협조요청을 받은 뒤에야 한 위원은 비주류 행보에서 유턴, 노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 위원은 때때로 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노 후보는 박상천 최고위원을 설득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에는 부산 유세를 마치고 자정쯤에 순천에 머물고 있던 박 위원을 찾아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지방선거 이후에도 두세 차례 직접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노 후보의 비주류 끌어안기는 지도부급 인사에 국한되지 않았다. 특히 노 후보는 충청·경기권 인사들을 집중 접촉했다. 6월 말 당직개편에서는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 이인제 후보측 대변인을 맡았던 전용학 의원을 홍보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노 후보는 반노진영 인사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당시 9석의 상임위원장 배분을 앞두고 노 후보는 한화갑 대표와 공식, 비공식 접촉을 갖고 위원장 배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이인제 의원과 가까운 초선의 홍재형 의원과 재선의 송훈석 의원이 각각 예산결산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장에 올랐다. 한나라당이 철저하게 다선 위주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한편, 노무현 후보는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구속 이후, 강하게 반발하던 기존 동교동 구파로 분류되던 인사들에 대해서도 접촉 빈도를 높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협조를 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보따리를 싸는 상황’은 막았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대선후보로서 석 달째에 접어들고 있는 노무현 후보는 후보 당선 직후 당 안팎에 존재하던 ‘비토그룹’을 상당부분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불안정한 끌어안기’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 완패로 나타난 이후 수도권 의원들의 동요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초선의원은 “지방선거에서 패한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 선거 이후 2004년 총선이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기초단체장 등이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지역구 관리가 여간 힘들어진 게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벌써부터 노무현 후보 이외의 대안을 모색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원외위원장은 “8·8재보선 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노 후보에 대한 ‘교체’ 요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몽준 의원이나 박근혜 의원보다는 이한동 전 총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후보가 지방선거 이후 당내 비주류 인사를 광범위하게 접촉하며 ‘대세몰이’에 나섰지만, 아직도 민주당 내부에는 적지 않은 ‘회의론자’들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가 순탄하게 민주당 대선후보로 후보등록을 할 수 있느냐 여부는 8·8재보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수도권 재보선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