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눈에서 시작한 리모델링은 코로, 턱으로, 가슴으로 번져 나가는 게 보통이다. 특히 연예인은 필요에 따라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데, 허구한 날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다. 멋모르던 신인 때는 무조건 쌍꺼풀에 코부터 하고, 턱도 과감하게 깎았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눈 앞뒤를 튼다든지, 콧방울을 좁힌다든지, 이마를 볼록하게 하는 등의 섬세한 수정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생얼 미인’이 감쪽같은 성형수술로 ‘자연미’를 뽐내고 있다. 학창 시절 사진과 비교해 봐도 아주 조금씩 여러 군데를 다듬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면 한 면만 보고 알아채기 힘들다.
섹시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여자 댄스 가수나 배우는 가슴 확대술이나 지방 흡입술도 필수적이다. 지병, 방송 중 부상, 해외여행 등은 훌륭한 핑계거리가 된다.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콘셉트 등을 동시에 바꾸기 때문에 수술 사실은 어영부영 묻혀버린다. 확연히 달라진 콘셉트로 화보집을 찍거나 갑자기 노출이 심해진다면 “나 이렇게 예뻐졌어요!”라고 자랑하고픈 심리랄까.
▲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전신성형을 통해 미녀로 변신한 주인공. | ||
대체 성형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성형외과 전문의인 이우정 원장(리젠성형외과)는 “사실 성형에는 한계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시도하지 않을 뿐이지 이론상으론 전신 어디라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형의 트렌드는 점점 빨리 변하고 있다. 최근의 동안 신드롬, 귀엽고 어려 보이면서도 섹시한 ‘이상적 얼굴’은 성형학계의 구도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셰어나 마돈나의 여왕 같은 이미지는 이제 아드리아나 리마나 린제이 로한보다 덜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지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의 한 신인 여배우는 ‘귀엽고, 여성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성형을 결심했다. 어디 한 군데가 이상했다기보다는 요즘 대중의 취향에 맞는 얼굴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녀는 길고 높던 코를 짧고 코끝만 오똑한 모양으로 바꿨고, 얇은 입술은 레스틸렌 주사로 도톰하게 부풀렸다. 옆으로 살짝 돌출된 광대뼈는 앞으로 옮기고, 볼에 지방을 이식해서 통통하고 귀여운 얼굴선을 만들어냈다. 결국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돼버렸지만, 그녀의 얼굴은 확실히 트렌디해졌고, 요즘 화면에서 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할리우드 연예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튀어나온 매부리코를 매끈하게 다듬고, 코끝은 좁고 날렵하게, 살짝 올라간 모양으로 만드는 수술을 가장 많이 하며, 흑인이나 아시아계인 경우 코를 작게 만드는 수술은 필수다. 클리비지 룩을 자주 선보이는 만큼 과하지 않은 유방 확대나 축소 수술도 보편적이며 부분적인 보톡스 시술이나 지방 흡입술은 브런치처럼 생각하는 추세다.
여기 애교살 좀 넣어주세요
성형 왕국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엄청난 임상 경험과 창의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어떨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없었거나 인기 없던 수술이 성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눈 밑 애교살’ 만들기. 예전에는 귀여워 보이려면 보조개였지만, 이제 대세는 애교살이다. 동안 신드롬이 원인인지, 작은 살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병원 문을 드나드는 여자가 정말 많아졌다. 속눈썹 아래를 절개해 애교살 모양으로 생긴 인공 진피 알로덤을 삽입하는 것으로 수술 후 3~4일 후 실밥을 제거하며 회복 기간은 5일 정도 걸린다. 이 수술을 받은 한 여인은 “쌍꺼풀은 예전에 했는데, 요즘엔 애교살이 있어야 자연스럽고 진짜 어려 보인다. 며칠 선글라스만 쓰면 되는 부담 없는 수술이다”라며 만족해한다.
▲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의 처진 무릎선 제거 수술 전후. 과연 ‘전신성형의 여왕’에 등극할 만하다. | ||
한편, 업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동그란 이마 만들기도 유행이다. 원리는 평평하거나 좁은 이마에 맞춤 실리콘 보형물이나 자기 몸에서 뽑은 지방을 넣어 볼록하고 넓게 만드는 것이다. 눈썹 뼈가 튀어나오고 이마 가운데가 들어갔다면 먼저 눈썹 뼈를 갈아낸다. 이마가 좁고 납작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지방 주입이 더 자연스럽다고 효과도 좋다.
이렇게 안면 윤곽 수술은 무조건 큰 얼굴을 줄이는 데서 밋밋한 얼굴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3D 버전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하이라이트가 귀족 수술. 콧방울 주위가 들어가 팔자 주름이 두드러지고 얼굴 윤곽이 상대적으로 커 보일 때, 콧방울 옆에 실리콘이나 고어텍스, 알로덤, 자가 지방 등을 넣어서 돋워주는 것이다. 얼굴이 한결 입체적으로 보이며 자연스레 얼굴도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코 수술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수술이다. 과거의 코 수술이 높이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좁고 오똑한 모양으로 다듬는 것이 유행이다. 코가 높지 않더라도 모양이 예쁘고 코끝이 살아 있으면 높기만 한 코보다 더 낫다는 얘기다.
이선배 앙앙 컨트리뷰팅 에디터